‘모태 소리꾼’이 노래하는 사랑과 평화의 ‘부산아리랑’

전해원

| 2025-05-02 09:27:44

(사)부산동래아리랑보존회 김희은 이사장

[시사투데이 전해원 기자]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그녀의 자태는 화려하지만 정갈한 ‘매화’를 닮았다.

가녀린 체구에서 나오는 은구슬처럼 청아한 ‘아리랑’ 가락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매료시키고, 절정에서 내지르는 고음에선 마침내 심장까지 사로잡으며,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부산아리랑보존회(산하 (사)동래아리랑연구보존회) 김희은 이사장은 우리 민족의 ‘얼’과 ‘정체성’을 가득 담은 세계적인 문화유산 ‘아리랑’을 일컬어 ‘사랑과 평화’의 노래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힘겹고 고단한 ‘아리랑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오늘날, 김 이사장은 ‘사랑과 평화’의 아리랑을 구성진 장단에 녹아내며, 아름다운 예술의 하모니를 선사하고 있다.

자타공인 ‘모태 소리꾼’인 김 이사장은 ‘부산아리랑’의 든든한 뿌리이자 명맥을 이어갈 자부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그녀는 지난 2007년부터 ‘부산아리랑’의 연구·작창에 몰두해 2009년 ‘부산아리랑’을 작사/작창했다.

또한 과거 서영신이 부른 ‘동래아리랑(오케이레코드사 발매, 1937년)’이 신나라레코드에 소장된 것을 확인함에 따라 이를 제대로 전승하기 위해 부산아리랑보존회 산하 (사)동래아리랑연구보존회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부산아리랑’ 연구·계승에 전심전력을 기울였다.

심금을 울리는 그녀의 아리랑 선율은 부산 전역에 퍼져 국제시장 먹자골목의 아리랑 거리 탄생으로 이어졌고, ‘정겨운’ 자갈치 시장의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등 부산아리랑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갔다.


▲2010년 연평도참사를 지켜보며 울분의 심정으로 작사/작곡한 ‘평화통일 아리랑(2010년)’ ▲안중근 의사의 세계평화 정신을 기리고 그를 추모하고자 제1회 ‘도마 안중근의 날(2018년 2월 14일)’을 기념해 작사한 ‘평화(안중근 의사) 아리랑(2018년)’ 등 김 이사장의 아리랑에는 시대상을 적극 반영한 ‘사랑과 평화’가 깃든다.

특히 그녀는 지난 2016년 ‘제1회 사할린 아리랑제’ 참가를 계기로 매년 삼일절(3월 1일)에는 ‘찾아가는 부산아리랑’ 공연을 개최하며, 사할린 동포들의 애환과 슬픔을 달랜다.

이는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과 이중징용이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할린 동포들에게 ‘아리랑’을 통한 위로와 고국의 사랑을 전파하며, 부산시에 정착한 사할린 동포들의 역사를 부산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공연장에는 동래아리랑, 부산아리랑, 사할린아리랑, 독립군아리랑 등의 멋들어진 가락이 울려 퍼졌고, 한민족 공동체의 끈끈한 정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본 공연을 관람한 사할린동포회 부회장은 그날의 소감으로 “오늘 이 행사를 통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아리랑 노래는 어렸을 때부터 뜻도 모르면서 부모님을 따라 함께 불렀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은 고향을 그리워하셨을 것이고, 저희는 어린나이에도 우리 조국은 한국이다, 우리는 한인이다 라는 정신을 갖게 된 것 같다. 부산아리랑을 알게 돼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큰 영광이었다”는 벅찬 감정을 그녀에게 손편지로 적어 보냈다.

김 이사장은 “매년 ‘아리랑제’를 여는 일은 수익창출과 전혀 상관이 없는 길이기에 때로는 숱한 고민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음”을 전하며 “‘아리랑’은 내 운명이고, 이 길이야 말로 내가 따라가야 할 참된 이정표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묵묵하게 정진했을 뿐”이라는 겸손을 내비쳤다.


물론 눈앞의 엄청난 ‘부’와 ‘유명세’가 그녀를 손짓하며, 조금은 편하고 안락한 삶을 권유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타협하지 않았다. 오직 ‘부산아리랑’만이 정답이고, 인생이란 뚜렷한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소리꾼의 인생을 후회한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부산아리랑’을 향한 사명감과 자신감이 아니었다면 지속하기 힘들었겠지만, 소중한 ‘아리랑’ 속에 담긴 사랑과 평화란 그 무언가가 나를 지탱해 주었던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덧붙여 “영화 나운규의 아리랑이 부산에서 시작됐고, 독립군 한영석은 아리랑을 무대에 올리며 독립운동을 했듯이 부산은 아리랑과 깊은 관계가 있는 지역”이라며 “부산아리랑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 언젠가 남북통일이 되는 역사의 그 날에 이북에서 ‘평화아리랑’을 부를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간절한 바람의 메시지를 남겼다.


향후 ‘부산아리랑’으로 하나 되는 평화로운 사랑의 세상을 꿈꾸며, 지금도 ‘아리랑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김 이사장은 그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예인(藝人)이라 할 만하다.

한편 부산아리랑보존회((사)동래아리랑연구보존회) 김희은 이사장은 ‘부산아리랑’ 전통 계승과 평화와 사랑의 아리랑 작창을 통한 아리랑 저변확대와 국악 활성화에 헌신하고, 지속적인 사할린공연 및 정기공연 개최에 앞장서 한민족공동체 결속을 이끌며, 부산아리랑 대중화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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