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고구마 위상제고와 해외수출 시장 개척의 ‘선봉장’
이윤지
| 2024-12-31 08:51:14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최남단 땅 끝 해남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들어오는 풍경은 드넓게 펼쳐진 황토밭이다. 해남 고구마는 4월부터 10월까지 황토밭이 듬뿍 머금은 게르마늄과 해풍을 맞고 태어난다. 지리적 표시 농산물 42호인 해남 고구마는 당도가 높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550여 농가에서 3만6천여 톤이 연간 생산된다. 그야말로 ‘해남 고구마 전성시대’다.
이곳에서 끊임없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로 ‘해남 고구마 재배 농가의 교본’으로 불리는 이가 있다. 바로 전남 해남군 화산면에 위치한 ‘해남고구마협동조합’과 ‘해남농산물유통(영)’의 박동호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부터 수재라 불릴 정도로 영특했던 박 회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극동해운에서 14년간 근무하며 컨테이너 기술자로 일했다. 그리고 1980년대 고향으로 내려와 20만 평 규모의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제2의 인생 서막’을 열었다.
특히 그는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지을까? 좀 더 차별화 되고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까?’ 골몰하고 그 답을 찾아왔다. 이 과정에서 고구마 종순 재배, 토양살균, 시비, 수확 후 저장까지 관련 영농기술과 지식 습득에 매진했다.
그러면서 3년간의 연구 끝에 2010년 고구마 농가들의 손발이 되는 ‘고구마 묘 삽식(揷植)작업기’를 개발해냈다. 그동안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고구마 순을 심어야 했던 기존 방식을 개선해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작업기를 트랙터와 연결, 한꺼번에 5∼7 고랑씩 심을 수 있게 만든 농기구다.
박동호 회장은 “매년 오르는 인건비와 그나마도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농촌현실에서 노동 강도가 가장 높은 ‘고구마 순 심는 방법’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고구마 농사의 활로가 보이지 않았다”며 “이 작업기로 기존 인건비의 50%를 절감하고, 작업 능률도 향상됐으며, 생육상태도 매우 양호해 국내외 농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더운 날씨에 고구마가 부패하며 농가들의 골칫거리였던 저장 문제를 해결하고자 저온저장고 분야에서 2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이런 그는 미얀마와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각지를 순회하며 고구마 재배 기술을 아낌없이 전수해왔다. 지난해 7월,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 위치한 아포 산 중턱 해발 1,200m 고지에 있는 농장에 고구마 재배기술을 전파함이 일례다.
그리고 해남고구마생산자협회 수출 이사를 맡을 당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네덜란드와 영국, 독일 등으로 해남 고구마 150톤을 수출하고, 5억 원의 실적을 올린 공로로 ‘제9회 전라남도 수출상(2013)’을 수상했다.
또한 2013년부터 (사)해남고구마생산자협회의 사령탑을 역임하며 ‘해남 고구마 가공식품 개발 및 수출 활성화, 해남고구마의 우수성 전파와 홍보·판촉활동, 소비자 신뢰도 제고, 농가 권익대변 및 소득증대, 재배기술 교류·전파’ 등에 불철주야 뛰어다녔다.
박 회장을 필두로 해남고구마협동조합은 ▲40년 이상 재배경험으로 축적된 기술력 ▲무병종순 양액재배를 통한 제품의 안전성 확보 ▲단일농법에 의한 균일한 고구마 생산 ▲단일품목만의 대량생산 시스템 구축 ▲큐어링(아물이) 시스템 ▲연중출하 가능한 유통시설(선별장·집하장·저온저장고) ▲해외수출 활성화 등 경쟁력을 탄탄히 다져왔다.
박동호 회장은 “나만 잘 사는 농업은 희망이 없다”고 단언하며 “농업인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국내외 영농기술 전파, 고구마 재배농가 소득증대, 영농후계자 양성 등에 전심전력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
대한민국 농촌·농업의 발전을 위해 오늘도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박동호 대표가 있어 밝은 내일이 기대된다.
한편, 해남고구마협동조합 박동호 회장은 고품질 고구마 생산·가공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에 헌신하고, ‘해남고구마’의 위상 강화 및 해외 수출시장 개척을 이끌면서, 고구마 산업 발전과 농가 소득 증대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4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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