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홍씨 만퇴당 가문의 뿌리 보존·전승에 온 힘
이윤지
| 2024-10-04 09:37:38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이는 <용비어천가>에서 ‘뿌리’, 즉 ‘나라의 근본이 튼튼해야 함’을 강조한 구절이다. 개인에게는 ‘조상이 뿌리요, 정체성의 근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상부터 부모까지 가문의 내력과 전통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존재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면 ‘조상, 종중, 가문 등 뿌리 찾기’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다. 저마다의 이유로 ‘시조가 누구고, 본관이 어디며, 몇 세·대손인지?’를 모르고 지내거나, 되레 “그걸 꼭 알아야 하냐?”며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조상숭배와 경로효친 사상 등 우리 고유의 정신적 가치’가 점점 퇴색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풍산홍씨(豊山洪氏) 모당공계 남원공파 정익공(貞翼公) 홍만조(洪萬朝)’의 후손으로서 ▲조상 현창사업 추진 ▲종회 조직·운영 체계화 ▲종친 간 친목 도모 ▲종중 재산권 회복 및 유물·자산 보전 ▲효(孝) 문화 확산 등을 위한 봉사에 헌신하는 이가 있다.
충남 아산시에 본부를 둔 ‘풍산홍씨 정익공파종회(이하 정익공파종회)’의 홍만식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풍산홍씨는 1242년(고려 고종 29) 문과에 장원급제하여 국학직학(國學直學)을 지낸 ‘홍지경(洪之慶)’을 시조로 모신다. 본관(관향)은 ‘안동 풍산’이고, 조선 중기에 대사헌 등을 역임한 ‘모당 홍이상(慕堂 洪履祥)’이 명문가로 번창시켰다.
그 중 ‘풍산홍씨 정익공파’는 ‘홍지경(1세)-홍이상(10세·문경공)-홍탁(11세·남원공)’의 계보(분파)에서 ‘만퇴당(晩退堂) 홍만조(13세)’를 중시조(中始祖)로 추존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홍만조’는 1678년 과거에 급제하고 ‘7도관찰사, 형조판서, 판돈녕부사’ 등 지방과 중앙의 주요 관직을 두루 거친 숙종 때의 문신이다. 1725년 사망 후 묘역이 현재의 아산에 조성됐고, 그 일대(배방읍 세교리·회룡리)에서 후손가인 ‘정익공파’가 300여 년간 세거했다.
여기서 나고 자란 홍만식 회장(풍산홍씨 22세손)은 2018년 11월부터 ‘정익공파종회’를 이끌며 ‘풍산홍씨 대종회 총무이사’ 등도 맡고 있다. “나의 뿌리인 조상님들을 알면 알수록 가슴 벅차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무교지만 조상님들을 신처럼 모시고 숭상하며, 그 은덕에 감사드리다 보니, 이제는 하나의 종교가 됐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역농협의 공채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자부심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시절이었다. 농협 근무에 보람이 컸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했다. 하지만 불행은 갑자기 찾아왔다. 친구의 동업 제안으로 큰돈을 투자한 것이 문제였다. 돈과 직장을 한꺼번에 잃고, 가족의 생계마저 돌보지 못했다. 아내의 약값이며 자식 둘의 학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몇 년간 계속됐다.
이후 재기에 성공하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뒤따랐다. 그리고 2018년 ‘정익공파종회장’으로 선출돼 ▲종중의 조직·운영체계 확립, 규약 제·개정, 온라인 기록화(https://m.cafe.daum.net/hongpungsan) ▲대종회 정기총회 유치·개최 ▲종친 간 유대 강화 등을 통한 ‘풍산홍씨 조상 선양사업’에 적극 앞장섰다.
특히 홍 회장은 ‘종회와 관련된 각종 소송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며 ‘종중 재산권 보존’에 기여하고, 수입·지출결의부터 결산·감사보고 등 전반의 ‘투명한 재무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왔다. 그러면서 ‘종중 수익사업 시행, 후손 장학금 기탁, 예절·인성교육 프로그램 운영, 효 문화 확산’ 등의 연계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또한 그는 ‘생태보호와 환경정화 활동’ 등에 솔선수범하며, ‘아산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나아가 2022년에는 ▲국보 제334호 ‘기사계첩 및 함’ ▲충청남도 유형문화유산 ‘홍만조 초상’과 함께 족보, 세계도, 시문집, 유지·교서·교지, 일록·간찰, 비문·탁본첩, 인장 등 ‘만퇴당 가문의 소중한 유물’을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전시했다.
홍만식 회장은 “정익공파종회의 조직·운영·자산관리 체계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유물 보존과 후세 전승, 후진·종원 양성, 지역사회 봉사 등으로 ‘명문가 풍산홍씨 선조의 현창사업’에 전심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풍산홍씨 정익공파종회 홍만식 회장은 숭조정신 선양과 경로효친사상 고취에 헌신하고, 풍산홍씨 종회의 위상제고 및 종친 간 유대강화를 도모하면서, 아산지역 생태보호와 환경정화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4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