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정원지기,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아

이윤지

| 2024-07-26 09:53:49

순천만 가야정원 유병천 대표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수풀과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던 폐염전 위에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니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으로 물들었다. 황량한 2만여 평 부지에 11년간 화초와 유실수, 조경수를 심고 가꾸며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한 이가 있다.

바로 전남 순천시 해룡면 농주리에 위치한 ‘순천만 가야정원’의 유병천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유 대표는 젊은 나이에 순풍의 돛을 달고 승승장구하다 사업실패로 크나큰 시련을 겪었다. 이후 부동산임대 사업을 하며 재기에 성공했지만 매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앞만 보며 살았다. 그래서 노후에는 좋아하는 정원을 가꾸며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싶었다고 전한다.

때마침 “자그마한 마당이 있는 집에서 꽃이나 가꾸며 살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2013년 전남 순천시 해룡면 농주리에 위치한 폐염전 부지 2만여 평을 사들이고, 올해로 11년째 200억 원의 사재를 털어 정원을 조성해왔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황무지에 정원을 만들겠다고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그를 보고 ‘고생을 사서 한다’는 주위의 만류와 걱정이 대다수였다. 특히 수백억 원을 쏟아 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옛말처럼 늘 예산이 부족했다.

설상가상 그는 정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행정기관과의 소송으로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 승소했지만 심한 스트레스로 한쪽 청력을 잃는 등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그럼에도 유 대표는 삽과 괭이를 들고 정원을 찾아 꽃과 나무를 심고, 밤을 낮 삼아 정원 조성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일을 하다 다쳐 입원한 며칠을 제외하고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았다”는 우직한 말처럼 정원은 그가 흘린 땀방울의 결정체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가야정원은 4월이면 해변이 보이는 꽃동산과 정원 길을 따라 꽃잔디가 피고, 5월이면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장미 울타리가 갯벌 풍경과 맞닿아 진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에 낮달맞이가 피면 분홍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수국, 천일홍, 샤프란, 소국 등 야생화의 종류만 해도 수천 종에 달한다.

또한 가야정원에서 바라본 순천만의 일몰은 가히 절경이다. 이처럼 ‘순천의 명소’로 입소문이 나며 하루 평균 4백여 명, 주말이면 1천여 명의 관람객이 정원을 찾아 탄성을 쏟아낸다. 여기에 무인카페, 농산물 판매장 및 갤러리, 대형주차장까지 완비하며 관람객들의 편의제공에도 정성을 쏟아왔다.

그래서인지 가야정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온라인 밴드에만 4천3백여 명 이상 모여 소통하고 정원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유병천 대표는 “이제 육체적·재정적으로 힘에 부치지만 한 사람에게라도 예쁘게 꾸며놓은 정원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입장료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지친 몸을 이끌고 정원에 나와 살랑살랑 흔들리는 꽃들을 보면 시름을 잊고 또다시 꽃을 심고 있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지리상 순천만 습지와 인접해 행정상 불이익이 많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정원을 찾아와 즐길 수 있도록 ‘전라남도 민간정원’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하며 “항상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고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는 아내에게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고 속내를 전했다.​

한편, 순천만 가야정원 유병천 대표는 민간정원 조성과 관광자원화에 헌신하고, 심미적·문화적 가치 제고 및 관람객의 만족도 향상을 도모하며, 정원문화·산업 진흥과 지역경제 활성화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4 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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