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밤 재배 외길…임업인 소득증대 이끄는 ‘산 사나이’ 면모

이윤지

| 2024-05-31 08:21:51

맛조은밤 영농조합법인 김선권·노명숙 대표이사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충남 공주시에 ‘현대판 문익점’으로 불리는 이가 있다. 고려 말 문익점 선생이 붓 뚜껑 속에 숨겨 들어왔던 목화씨로 백성을 구제한 것처럼 일본에서 밤 신품종인 ‘포르단’ 나뭇가지 1개를 들여와 농가에 묘목을 보급하고 소득증대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바로 ‘맛조은밤 영농조합법인’의 김선권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부모님처럼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게 어려서부터 꿈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기 바랐고, 농업의 어려움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극구 반대했다. 다행히 오랜 설득 끝에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9년부터 밤 재배를 시작한 그에게 구운밤 껍질을 까는 일은 항상 풀어야 할 숙제였다.

‘어떻게 하면 구운밤 껍질을 쉽게 깔 수 있을까’ 골몰하고 그 답을 찾아온 김 대표는 2010년 알밤 수입업자인 중국 바이어에게 일본 포르단 품종에 대해 듣고 ‘유레카!(발견했다)’를 외쳤다고 한다.

실제 포르단(수락밤)은 속껍질이 잘 벗겨져 먹기에 좋고, 다수확이 가능하며, 높은 당도에 식감까지 뛰어나다. 센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탁탁 껍질을 벗고 나오는 황금 같은 따뜻한 군밤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이에 그는 공주시 알밤종사자 역량강화교육, 공주알밤산업 최고경영자과정 등을 이수하고 2013년 일본의 알밤 농가를 방문하며 접목이 가능한 포르단 나뭇가지 1개를 꺾어 국내로 반입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30cm 길이의 나뭇가지 1개를 들여왔고, 겨울 내내 냉장실에 넣어 온습도를 맞춰 보관한 뒤 다음해 봄, 접목을 통해 6주를 살려냈다”며 “정성껏 키운 밤나무가 3년 만에 첫 결실을 맺었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변 농가에 포르단 묘목을 분양하며 재배기술도 보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같은 해 ‘맛조은밤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회원농가들과 ‘공동 자재구입, 묘목관리, 비료시비, 병해충 방제’ 등 표준화된 재배기술을 확립하며, 밤 재배기술 교육과 선진지 견학 등 전문성 강화에 정진해왔다.


현재 그는 4만5천여 평의 야산에 6000주의 밤나무를 심어 연간 45t의 포르단밤을 생산하며,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등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해 굴지의 백화점 등에 납품한다. 특히 알밤 겉면에 칼집을 내어 판매하는데 일명 ‘칼집밤’을 찾는 충성고객과 소비자들이 줄을 잇는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품질·안전성·위생 수준제고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로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까지 받으며 ‘믿을 수 있는 먹거리’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김선권 대표는 “농가는 훈증처리를 거쳐 밤을 저장하는데 감마선을 가지고 훈증해야 살균·살충이 완벽히 되는 만큼 농가에서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감마선 처리가 가능한 훈증시설’과 ‘밤 선별기(AI) 도입’ 등의 시설·장비 지원에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올해 하반기 가공제품 생산·보급을 위해 가공공장 신축과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판매장 등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오늘날까지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린 아내(노명숙 대표)에게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면서 “대를 잇는 아들이야말로 내겐 천군만마이자, 최고의 영농후계자”라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끊임없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로 ‘임업인의 교본’이 되어온 김선권 대표가 또 어떤 이정표를 세울지 기대된다.

한편, 맛조은밤 영농조합법인 김선권 대표는 ‘포르단’ 품종 도입 및 ‘칼집밤’ 생산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에 헌신하고, 알밤 재배기술 전파와 농가의 소득 증대를 도모하면서, 임업경쟁력 강화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4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