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서예 진흥과 제주어 보전에 일획 그어
이윤지
| 2024-03-29 08:30:05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40여 년간 한글서예에 정진하며 ‘바른글(궁체 정자), 흘린글(궁체 흘림), 반흘린글(궁체 반흘림), 나름글(민체), 손멋글(캘리그래피)’ 등의 서체를 두루 섭렵했다. 묵향과 붓을 벗 삼아 지내온 세월만큼이나 유려하면서도 강건한 필법을 구현하고,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꽃 피운 작품세계가 돋보인다.
그 농축된 기량 위에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서예술’로 승화시키며, ‘한글서예 발전과 제주어의 보전’에 앞장선 이가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 12명’으로 구성된 ‘제주특별자치도 한글서예초대작가회(이하 한초회)’를 이끄는 ‘한섬 양춘희 회장(갤러리 가온누리 관장)’이 그 주인공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양 회장은 1986년부터 ‘일란 박계봉 선생’을 사사하며 한글서예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2000년부터 ‘한곬 현병찬 선생’에게 사사받으며 ‘바른글·흘린글·반흘린글·나름글·손멋글 쓰기’ 등의 필력을 기르고, ‘글씨처럼 인품도 올곧은 한글서예가’로 성장했다. 즉 ‘서여기인(書如基人,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의 가르침대로 서법연마와 인격도야에 꾸준히 힘썼다.
아울러 제주한글서예의 명맥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2006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우수상’을 수상 후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열심히 활동하여 중앙서단 중견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의 우수상 수상은 제주에서 ‘한곬 현병찬 선생(1992년 대상 수상자)’에 이어 ‘한섬 양춘희 회장’이 두 번째라고 한다.
그리고 양 회장은 ▲여성서예가 9인 초대전 ‘섬섬옥수’展(2016) ▲4·3 70주년 특별전 ‘새겨진 기억’展(2018, 캘리그래퍼 7인 초대전) ▲개인전 ‘한글문자에 옷을 입히다(2020, 한섬 양춘희 서예전)’ ▲한초회 회원전 ‘외솔 최현배 선생의 나라사랑 정신전(2022)’ ▲광주·제주 교류전 ‘제주자연을 ᄃᆞᆷ쑥 적실 먹빛 모음전(2023)’ ▲3·1절 105주년 기념 ‘1919 삼일만세 세계로 미래로’ 단체전(2024) 등 300여회의 전시 활동을 펼쳤다.
특히 2022년(세종대왕 탄신 625돌과 훈민정음 반포 576돌) 한글날에는 컴퓨터용 폰트(글꼴·서체)로 제작한 ‘한섬 양춘희 글씨’를 발표했다. 이는 ‘흘린글 기본자 2,350자와 자음·모음 93자, 특수문자 296자, 추가문자 254자에 제주어 표기용 추가글자 139자 및 옛글자 248자 등까지 총 3,380자의 글자’를 양 회장이 직접 육필로 쓴 작품이기도 하다. 더불어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도록 무료로 배포해 큰 울림을 선사했다.
이런 그녀는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한글서예, 캘리그래피 지도(제주지역 문화센터와 학교·기관·단체 출강, 청소년·일반인 서예교육, 서예인 강습) ▲학술 발표(‘한글 글꼴의 변천과정’, ‘제주민요 보존 및 전승의 필요성’ 발표) ▲시인 등단(2015) ▲서예체험프로그램 진행(제주목 관아 서예체험프로그램 및 과거시험 재현행사 진행) ▲국제교류전 주관 등으로 ‘소중한 제주말씨와 문화유산 보전, 아름다운 제주풍광의 관광자원화를 위한 일’에도 발 벗고 나섰다.
또한 ‘한글서예묵연회 회장’, ‘제주특별자치도 서예문인화총연합회 공동회장’, ‘(사)세종한글서예큰뜻모임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사)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 부이사장 ▲한초회 회장 ▲갤러리 가온누리 관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그러면서 ‘한글발전 및 보급 공로 표창(제주특별도지사)’, ‘제주시 평생학습도시조성 활성화 공로 표창’, ‘한국예술문화원 초대작가상’, ‘제주도 서예문인화총연합회 제주작가상’, ‘(사)한국서도협회 제주도지회 백파상(초대작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양춘희 회장의 민체 작품 ‘나그네(박목월 詩)’가 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도 수록됐다.
한섬 양춘희 회장은 “두 분 스승님(박계봉·현병찬 선생)의 헌신적인 가르침 덕분에 한 눈 팔지 않고 한글서예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너무 감사하고 황송할 따름”이라며 “제주한글서예의 맥을 잇고, 후진양성으로 뿌리를 튼튼히 하며, ‘아름다운 내 고향, 사랑하는 제주’에 한글문화의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한 밑거름이 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올해 칠순을 맞이해 ‘탐라정신전’을 준비하고 있다. 서예의 근본과 전통을 지키며, 새로운 시도로 조형적·실험적인 작품도 계속 선보일 계획이다. 언제나 붓을 놓지 않고, ‘한글 서예술’의 무한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한글서예 진흥과 제주어의 보존·전승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다양한 장르와 협업 및 국제 교류를 활발히 추진하며, 지역사회와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이 풍성해지는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한글서예초대작가회 양춘희 회장은 한글서예 진흥과 제주어의 보전에 헌신하고, 컴퓨터용 폰트(한섬 양춘희 글씨) 제작·보급 및 제주서예문화의 위상제고를 이끌면서, 후진 양성과 애향심 고취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4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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