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원산대놀이’ 복원·보존…‘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견인

이윤지

| 2023-08-25 09:57:01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 민경조 회장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남양주시 ‘퇴계원산대놀이(경기도무형문화재 제52호)’가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1990년 2월, 민경조 회장을 필두로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이하 보존회)’가 결성돼 복원 작업에 돌입한 지 33년 만의 경사다.

민 회장에 따르면 ‘산대놀이’는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탈놀음’을 일컫는다(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 퇴계원산대놀이 등). 그 중 ‘퇴계원산대놀이’는 1930년대까지 남양주시 퇴계원(당시 양주)에서 명맥을 이어왔으나, 일제강점기 때의 민족문화 말살정책과 1950년 발발한 6·25전쟁으로 인해 소멸되다시피 했다.

이런 가운데 남양주가 고향인 민경조 회장이 집안과 지역 어른 등을 통해 ‘퇴계원산대놀이의 뿌리 찾기’에 발 벗고 나섰다. 공연에 참여했던 생존자의 상세한 구술과 시연이 뒷받침됐고, 1900년대 연희자의 역할·대사·춤사위 등을 복원하며, 민속학계 전문가들로부터 자문도 받았다.

그러다가 1997년에는 ‘퇴계원산대놀이 탈(나무가면 20종) 및 의상’을 복원했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산대놀이의 나무가면 16개 중 먹중탈의 뒷면에서 결정적 근거를 찾았다. ‘양주군 퇴계원리 산대도감 사용 경복궁조영당시(楊州郡 退溪院里 山臺都監 使用 景福宮造營當時)’라고 새겨진 문구로 ‘퇴계원산대놀이 탈의 원형은 물론 역사적·문화적 가치(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해 영건도감(營建都監)을 설치한 1865년 즈음 사용하던 가면)’도 확인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 보존회는 ▲<제1과장> 상좌춤 ▲<제2과장> 옴중과 상좌놀이 ▲<제3과장> 먹중놀이 ▲<제4과장> 연잎과 눈끔적이 놀이 ▲<제5과장> 침놀이 ▲<제6과장> 애사당법고놀이 ▲<제7과장> 팔먹중놀이 ▲<제8과장> 신장수놀이 ▲<제9과장> 취발이놀이 ▲<제10과장> 팔뚝이놀이 ▲<제11과장> 포도부장놀이 ▲<제12과장> 신할아비와 미얄할미 등 전체 12과장(마당)으로 구성된 퇴계원산대놀이의 전승과 공연 활성화에 매진해왔다. 정기공연 32회(연1회) 및 각종 초청공연 등으로 마련한 산대놀이판이 수백 회에 달할 정도다.


그 결과 퇴계원산대놀이는 ‘남양주시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유산이자 퇴계원읍의 축제 한마당’으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2010년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2호’로 지정됐고, 지난해는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결정을 내린 ‘한국의 탈춤’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한국의 탈춤’ = 국가무형문화재 13종, 시·도무형문화재 5종).

현재 보존회는 ‘예·기능 보유자 2명(연희/탈제작), 이수자 13명(연희/반주), 전수자 3명, 전수교육생 18명’ 등 40여명의 단원들이 소속돼 있다.

특히 민경조 회장은 사재까지 털어가면서 올해로 34년째 보존회를 이끌어왔다. 그의 헌신적인 지원과 남다른 열정이 없었다면 퇴계원산대놀이도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민 회장은 남양주시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문학 석사) 후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사례는 그야말로 ‘종횡무진’했다.

실제로 그는 30여 년간 기업 경영과 함께 ▲남양주YMCA 이사장 ▲다산포럼 상임대표 ▲국민통합시민운동 상임위원 ▲법무부범죄예방위원 남양주지구협의회장 ▲남양주문화원 이사, 향토사연구소장 ▲남양주문인협회 고문 ▲남양주시아버지합창단 단장 등을 역임하며 사회공헌활동의 실천·확산에 귀감이 되어왔다. 이 같은 공로를 높이 평가받아 ‘국민훈장 석류장’, ‘남양주시 시민대상’ 등도 수상했다.


민경조 회장은 “지난해 퇴계원산대놀이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감개무량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수십 년간 함께해준 단원들과 각고의 노력 끝에 거둔 쾌거”라며 “단원들의 열정, 남양주시의 관심, 시민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제부터 퇴계원산대놀이의 보존·전승에 남양주시와 국가가 나서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해야 한다”면서 “지역의 문화예술인이 자존심을 지키며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도 덧붙였다.

한편,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 민경조 회장은 남양주 ‘퇴계원산대놀이’의 복원과 보존에 헌신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이끌면서, 민속예술 전승·발전과 애향심 고취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3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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