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빵빵, 매춘, 외도"…대학은 여전히 성희롱과 전쟁
김애영
| 2019-11-19 19:45:56
[시사투데이 김애영 기자] '미투(MeToo)' 운동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학가에서는 교수들의 성희롱이나 성추행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 내 일부 교수들의 제왕적 특권의식이나 학교의 솜방망이 처벌이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19일 총신대학교 총학생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에 따르면 올해 이 대학 일부 교수들이 강의 중 수차례 성희롱이나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런 사례 중 하나로 남교수 A가 지난 14일 "(여성의 순결에 관해) 선물을 잘 간직해야지 한번 풀어본 선물이나 여러 번 풀어본 선물은 다르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남성 교수 B는 지난 4월 "여성의 성기는 하나님이 굉장히 잘 만드셨기 때문에 격렬하게 성관계를 해도 상처가 안 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교수는 "남성의 전립선을 항문근육을 통해 자극하다보면 중독이 되고 그러다보면 동성애를 하게 되는 것"이라며 동성애에 대한 차별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혐오적 언급도 공개됐다. 남교수 C는 "여학생들이 길거리에서 화장을 하는 것은 외국에서 보면 매춘행위"라며 "버스에서 누군가 그러는 걸 보고 '만원 줄 테니까 갈래?'라고 하고 싶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례들은 총신대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건국대학교에서도 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건국대 대나무숲 SNS 페이지에서는 최근 '건국대학교 A교수님의 실태를 고발합니다'라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A교수가 한 남학생의 SNS 게시글에 '외도가 필요하면 이야기해…쭉쭉빵빵 걸들이 많은 술집에서 한잔 사줄게'라는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남교수인 A가 자신이 녹화해 올린 영상 강의에서 "여학생들 멘솔 향 나는 담배를 참 좋아하죠? 농담이에요. 우리 꽃과 같은 여학생들이 어떻게 담배를 피우겠어"라는 발언을 했다고도 밝혔다.
전문가는 이런 상황에 대해 대학 연구자 집단이 여전히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점을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교수 등 대학 내 연구자 집단들이 새로운 정치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것을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공격으로 여겨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자나 감시자 관점에서 세상의 문법을 이해해왔기 때문에, 소수그룹에게 모욕이 될 수 있는 발언에 대한 기민함을 닦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처벌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윤김 교수는 "교수들이 성비위 관련 징계위원회나 진상조사위원회를 연다고 해도, 그들 자체도 이미 대부분 50~60대 남성 지식인으로 비슷한 관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대한 규칙'에서 성비위 교수에 대한 징계 규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처벌 수준은 각 대학별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윤김 교수는 "교수들에 대한 실질적인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의무교육은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교수들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조직해 공부할 수 있는 식으로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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