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교육청, 정신과의사 김현철 성폭력사건 피해 교사에게 징계-철회거부 '논란'

김애영

| 2019-08-06 18:23:29

경북도교육청 전경

[시사투데이 김애영 기자] 성폭력을 공론화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교사가 공소기각이 됐음에도 경북도교육청이 징계를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6일 경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지역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정신과 의사 김현철(45·남)씨가 운영 중인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한 병원을 찾아 우울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A씨는 김씨가 2017년 중순부터 사적으로 접근해 환자인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김씨는 피감독자 간음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대구지방검찰청은 김씨의 위력 행사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A씨가 이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초부터 고소를 준비하며 언론 인터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성폭력에 의한 법적 다툼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진료를 이어가는 김씨를 보며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SNS에 '의사의 경계 위반에 대한 더 많은 문제 제기의 출발점이 되고 싶다', '폭로하는 것이 전부이긴 하지만 내 생을 걸고 그가 계속 진료하는 일만큼은 막고 싶다'고 쓰기도 했다.

특히 A씨는 김씨의 범행이 그루밍 성폭력(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정신이 취약한 환자를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김씨는 지난 2월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고소했으며 대구지검은 벌금 100만원의 구약식 처분(검찰이 경미한 사건에 대해 법원에 정식 공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벌금을 구형하는 것)을 내렸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도 지난 4월 교사인 A씨에 대해 징계를 결정했다.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따른 견책이었다.

A씨는 징계위원회에서 '명예훼손죄 고소는 성폭력 가해자들이 보복하는 전형적 수법 중 하나'라고 소명했지만 이 역시 소용없었다. 성폭력 관련 소송 등으로 여력이 없던 A씨는 소청심사도 청구하지 못한 채 징계를 받아들였다.

이후 검찰의 구약식 처분을 인정할 수 없던 A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다행히 이 과정에서 김씨가 고소를 취하하며 지난 6월 공소는 기각됐다. 도교육청이 A씨에게 내린 징계의 사유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A씨는 기쁜 마음에 도교육청에 징계 철회를 요청했지만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미 내려진 징계에 대한 취소나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소기각으로 징계 사유가 사라졌다고 해서 고소가 발생하기까지의 과정이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것이 교육청의 설명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를 알릴 수 있는 다른 방법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며 "공무원은 지켜야 할 도덕적 기준이 일반 시민보다 엄격하다. 구약식 처분이 내려진 과정에서 이미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징계 철회를 위한 행정 소송 등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소명을 위해 성폭력 피해 사실까지 설명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든 과정이었다"며 "이 같은 선례로 인해 여성, 특히 공무원들이 성폭력 피해를 쉽사리 밝히지 못하는 분위기가 생겨날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의 성폭력 의혹은 앞서 여러 차례 제기됐다.

김씨의 병원에서 공황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 B씨는 지난 5월 성폭행 혐의(피감독자 간음죄)로 김씨를 대구 수성경찰서에 고소했다. 해당 사건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또 김씨는 2013년 회식 자리에서 간호조무사 2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그는 자신의 SNS 계정에서 배우 유아인이 경조증(비정상적으로 기분이 들떠서 흥분한 상태가 지속하지만 정도가 약한 경우)이 의심된다는 글을 작성해 지난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김씨의 병원은 현재 정상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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