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의 조각품 기증에 깃든 ‘큰 울림’

이윤지

| 2016-11-04 09:34:20

세계조각·장식박물관 정윤태 명예관장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문화예술 수준이 한 나라의 국력 척도로 일컬어지는 시대다. 그 점에서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에 일획을 그어온 세계조각·장식박물관 정윤태 명예관장(前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장)의 행보는 시사성이 크다.

특히 평생을 바친 작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사회에 희사한 대목의 울림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의 현장으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남부대학교 우암동산 내의 ‘정윤태 조각공원’이 지난 9월 탄생했다.

여기는 정 명예관장(이하 관장)이 기증한 23점, 그의 예술정신을 본받은 후진조각가(박준하·위재환·이승욱·이은래) 작품 5점, 총 28점이 설치돼 있다. 그리고 정 관장의 ‘쉬지 않는 손! 머물지 않는 정신!’이 투영된 예술세계를 접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 43년 조각 경력의 그는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를 기반 삼아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평화·사랑·희망 등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왔다. 대표작으로는 ‘함께해요-더 나은 미래(2010)’, ‘청해진의 꿈(2001)’ 등이 손꼽힌다.

또한 ‘소망(1983, 전남도전 최우수상)’, ‘풍요(1980, 한국미협전 최고상)’, ‘화합(1986, 전남도전 최우수상), ‘남풍82(1982, 문공부장관상)’, ‘평화로운 하늘(1976, 목우회전 특선, 국립현대미술관장상)’ 등도 걸작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조각사를 빛낸 정 관장의 작품들이 남부대 조각공원에 자리하며, 청년(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100억대의 호가보다 값진 기증이지만, 결코 말처럼 쉽지 않은 ‘숭고한 뜻’을 실행으로 옮긴 그는 총 9m 크기(통돌)의 기념조각도 곧 만들 계획이다.

이런 정 관장은 조선대 미술대학 교수·학장,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이사, 한국미술협회 광주광역시 지회장, 한국예술총연합회(한국예총) 광주광역시 부회장, 대통령직속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 등을 지내며 조각·미술·교육·예술·문화전반의 거목이자 귀감이 되어왔다.

그 결과 대통령문화훈장, 문공부장관상, 국립현대미술관장상, 한국문예진흥원장상, 프랑스 르-싸롱전 동상 등의 수상 금자탑도 쌓았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경력·상훈과 개인·초대·단체전 이력을 보유한 그는 2012년 조선대 미술대학장 퇴임 이후 건강상의 위기를 겪었다. 연이어 찾아온 우울증, 협심증, 편도암 투병생활을 했던 것이다.

정 관장은 “비움의 의미를 절감하고, 작품 기증을 결심했던 시기”라며 “그 뜻을 헤아려준 가족들이 고맙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까지 예술인생을 되돌아보면 번뇌·갈등·고통·시련에 부딪힌 적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예술적 성장을 향한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극복해왔다”며 “일생의 예술혼이 담긴 작품을 기증함으로써 대중들과 가까이 호흡하고 함께 소통하는 장이 마련돼 행복하며, 이제는 몸도 다시 건강해졌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조각·장식박물관 정윤태 명예관장은 조각·미술 수준제고와 문화예술 진흥에 헌신하고, 43년 예술혼이 담긴 조각품 기증을 통한 메세나 실천 및 가치승화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16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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