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수몰민의 애환을 다룬 영화 '은어'

윤용

| 2011-10-02 10:15:15

영화 은어 시사회에서 주연배우 미스유니버시티 출신의 하나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전남 장흥 수몰민의 애환을 다룬 독립영화 <은어>(감독 박갑종)가 지난 29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상영됐다. <은어>는 새달 5일까지 일주일간 대한극장에서 상영된 뒤 새달 중순부터 광주·전남과 전북 전주 지역으로 옮겨 상영될 예정이다.

㈜갑종무비필름이 제작하고 장흥군과 '장흥을 홍보하는 사람들 모임'이 제작 지원한 이 영화는 신인 배우 하나경과 장준학,홍예나를 주연으로 2009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유치면, 안양면 수문리, 용산면 소등섬, 정남진 토요시장 등 장흥군 곳곳에서 촬영하는 등 생동하는 고향의 모습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고 인근해에 설치해 둔 가두리양식장을 둘러보기 위해 고향에 왔다지만 이 청년은 사실 수산시장 잡역부로 일한다. '잘나가는' 모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여자는 밤마다 노래방 도우미 일을 나간다. 홍대 인디밴드 아티스트라고 자랑하는 기타리스트는 쪽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대생으로 불리는 학생은 번번이 대학에 떨어진 수험생이다. 꿈을 잃고 좌절한 이들은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해 만난 사이다. 마지막으로 고향을 둘러보고 함께 세상을 하직하기 위해 자살여행을 떠나온 것이다.

고향.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편안한 곳. 영화는 타향살이에 피폐해진 이들에게 고향의 따뜻한 사랑과 안식을 제공한다. 방황하던 이들은 고향에 와서 자신의 힘든 삶과 피곤한 인생을 털어놓으며 마음에 쌓인 한을 풀어내고 재기의 에너지를 얻는다. 저마다 삶의 해답을 찾아낸다. 스크린은 두 다리를 못 쓰는 장애인이 양 손으로 계단을 짚고 내려와 몸을 이끌며 삶 터로 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보여 준다. 삶이란 이처럼 질긴 것이다.

중국에서 가수로 활동 중인 중년의 한 재중동포도 이곳을 찾는다.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어릴 적 첫사랑을 잊지 못했던 아버지의 여인을 찾아 아버지의 고향을 찾은 그는 수평선에 노을이 걸린 선착장에서 아직도 자신의 아버지를 기다리다 백발 할머니로 변한 아버지의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

'은어'는 올해 예순을 맞는 박갑종 감독의 충무로 복귀작으로, 박 감독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전남 장흥을 스크린에 펼쳐 보인다. 마치 관광엽서를 보는 듯한 풍광은 이 영화의 강점이다. 임권택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박 감독은 몇해 전까지 일본과 필리핀에서 디지털 영화를 공부하고 돌아왔다. 영화 속 수중촬영 신도 그가 직접 찍은 것들이다. 이제는 충무로에서 찾아보기 드문 노감독의 현역 귀환이라서 더욱 반갑다.

'은어'는 수몰된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실향민, 인터넷 세대 젊은이들의 갈등과 번민, 그리고 아버지의 고향을 다시 찾은 동포의 이야기를 씨줄로 삼고 장흥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날줄로 엮어 짠 수채화 같은 영화다.

이 작품엔 장흥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수몰된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실향민의 심정이 담겨 있다. 또 인터넷이 매개된 현시대 젊은이들의 갈등과 번민, 아버지의 고향을 다시 찾은 어느 동포의 로맨스라는 줄거리가 교차되면서 "한폭의 수채화 같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갑종 감독은 "이 영화는 작은 영화이며 대중성보다 진실을 담으려 노력했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는 없지만 한분이라도 이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얻는다면 존재가치가 충분하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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