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움을 갖게 하는 국도와 함께 마음을 채우는 여행길

김성일

| 2011-09-27 17:27:14

평창 무이예술관 야외조각상

[시사투데이 김성일 기자]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가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반도의 동서를 잇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용하기 때문에 고속도로도 속절없이 막혀 오가기 어렵다.
이럴 때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나란히 이어지는 6번 국도를 이용하며 도로 곳곳에 자리한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도 마음의 여유를 채우는 여행길이 될 수 있다.

특히 양평에서 횡성, 평창으로 이어지는 6번 국도는 팔당댐의 맑은 물을 지나 푸른 숲과 까마득한 계곡을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길로 각광받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더불어 평창 한우와 봉평 메밀국수, 진부의 산나물 등 지역특산물을 맛볼 수 있어 더욱 즐겁다.

이런 국도는 숲과 함께 달리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이 저절로 되는 듯 상쾌함이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은 횡성에서 평창으로 들어서는 경계에 자리한 태기산 길이다.
해발 1,261m의 태기산은 횡성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원래 이름은 덕고산(德高山)이었으나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이 산에 성을 쌓고 신라에 대항한 뒤부터 태기산이라 불리었다.

태기산 길은 태기산의 8부 능선인 해발 980m를 넘어 이어진다. 이 고개의 이름은 ‘양구두미재’이다. 이 이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겼다. ‘옛날 어느 가난한 선비가 묘를 잘 쓰면 부자가 된다는 지관의 말을 듣고 아버지의 묘를 이곳에다 썼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재산이 불지 않아 묘를 이장하려고 관을 들어냈더니, 땅속에서 황금비둘기 두 마리가 나와 날아 가버렸다’는 이야기이다. 그 후로 이 고개를 양구(兩鳩)데미라 불렀다 한다.

태기산 고개를 넘어 평창군 봉평면으로 들어서면 매년 가을 평창효석문화제가 개최되는 효석문화마을에 닿는다. 이효석의 작품 ‘메밀꽃필무렵’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이곳은 이효석생가터, 이효석문학관, 물레방앗간 등 문학적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볼거리가 많다.

아름다운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이효석문학관은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하여 평화로운 봉평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봉평면에는 폐교를 활용한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평창무이예술관과 봉평달빛극장이다.

무이리에 자리한 평창무이예술관 입구로 들어서면 제일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야외조각공원으로 바뀐 폐교의 운동장이다. 멀리 푸른 산을 배경으로 자연풍경과 조화된 1백 여 개의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예술작품 감상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낡은 마룻바닥을 그대로 활용한 예술관 내부는 판화실, 조각실, 도방, 서예실 등 작가들의 작업공간이자 전시실로 활용하고 있다. 화장실조차도 개성 넘치는 그림으로 장식된 평창무이예술관은 상상력을 키워가는 아이들에게 꼭 한번 보여주어야 할 공간이다.

덕거리에 자리한 봉평 달빛극장은 폐교된 덕거초등학교를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공간이다.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이 공간에서는 말 그대로 ‘별빛’과 ‘달빛’ 아래에서 연극, 갈라콘서트,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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