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 교과서,남성중심적 세계관, 여성배타적 내용 많아

조시내

| 2010-12-28 09:56:11

‘교과서의 성차별 실태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남성중심적-초등학교 교과서 등장인물의 성별 분포 변화(일반적 기술)

[시사투데이 조시내 기자] 여성가족부는 27일 ‘교과서 성차별 실태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책임연구원 정해숙)에 의뢰해 2007년 개정 교육과정으로서 현재까지 보급된 초등학교 1~4학년 및 중학교 1학년 교과서의 성차별 실태를 분석했다. 동 연구결과는 교과서에 내재한 성차별적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교과서의 등장인물에 대한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남성 비율(63%)이 여성(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교과서 집필진들이 직접 서술하는 일반기술단원보다 다른 저작물에서 가져온 고유기술단원에서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중학교 기술·가정교과서 고유기술단원(문장)의 남성인물 분포는 94.5%에 달하고, 실존 인물이 많이 소개되는 국어와 도덕 교과서에 소개되는 역사적 인물은 10명중 9명 정도가 남성인물로 나타났다. 교과서는 등장인물의 성비뿐만 아니라, 인물의 배경, 신분, 활동, 직종 등에서 뚜렷한 성 역할 고정관념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았다.

가사노동과 자녀양육·교육 전담자로서의 여성, 교육자·감독자·대표자로서의 남성, 기계를 잘 다루는 남성, 남성위주의 역사적 인물 소개 등의 사례를 문장 및 사진·삽화로 싣고 있다. 또 남성은 어려운 상황에서 지혜와 용기를 가지고 문제를 헤쳐 나가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여성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어려움을 벗어나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린 이야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남성편향적인 인물 제시는 아동·청소년에게 남성중심의 세계관과 여성배타적인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주고 인류의 역사 속에서 여성의 지혜나 공헌 또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 심지어 청소년기에 중요하게 다뤄지는 덕목의 하나인 우정은 남성의 덕목이고, 성폭력과 10대 임신은 여성만의 책임으로 인식시킬 우려가 있는 사례들도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다. 중학교 기술·가정교과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피해자를 여성으로 규정하고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만 기술할 뿐, 어떠한 행동이 성폭력인지에 대해서는 없다.

이에 반해, 남성이 설거지를 하는 장면, 음악교과에서 여성인물의 단독 연주장면, 여성의 태권도 시범 등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양성평등적 관점을 반영한 내용들도 일부 실리고 있다. 특히 초등 2학년 국어교과에 나오는 제주도 창조 신화인 ‘설문대 할망’은 키도 크고 손으로 흙도 퍼내며 치마폭에 흙도 가득 퍼 담는 역동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성장기 아동에게 이 이야기는 창조 신화의 신비성과 함께 얌전하고 조신한 이미지가 아니라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을 느끼게 해주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초·중등 교과서는 학교교육과정의 핵심요소에 해당하며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매우 높다고 본다. 이번 연구를 토대로 앞으로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 사회의 중심축이 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교과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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