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두 마리 토끼 다 잡고 싶어요
신경화
| 2010-09-13 11:43:11
[시사투데이 신경화 기자] 여성가족부(장관 백희영)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에 의뢰해 전국의 20~30대 여성 1천여명을 대상으로 ‘생활밀착형 여성가족정책의 방향정립을 위한 20~30대 여성 조사연구’를 실시, 그 결과를 발표했다.
현대 여성들의 20~30대는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취업, 결혼, 출산 등 다양하고 중요한 선택과 경험이 중첩되는 시기이며 이러한 선택에 따른 여러 가지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 더욱 악화되는 고용환경과 늘어만 가는 결혼, 양육비용의 증가는 이전 세대와는 달리 평생직장개념을 확립한 20~30대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을 지연하도록 만들고 있다.
소비자본주의사회에서 자라난 20~30대 여성들은 삶의 중요한 선택을 모두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하는 경향을 보이며,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지게 될 경제적 부담 완화와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연구는 20~30대 여성의 생활현실과 욕구를 포착하기 위해 일자리와 가족생활, 건강과 주거문제 등 총 6개 영역에 걸쳐 여성의 일상생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연령, 학력, 소득, 혼인상태 등 통계변수별로 분석했다.
설문조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실질적인 요구와 정책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초점집단인터뷰를 병행해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134명 중 35%가 현재 미취업상태였고 미취업 여성의 68.4%는 현재 전업주부이며 일을 하고 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자녀양육 및 교육’(57.4%)을 들었다.
미취업 여성의 절대다수인 90.4%가 향후 취업을 희망한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미취업 기혼여성의 경우 56.6%가 시간제 근무를 희망해 유연하고 탄력적인 근무형태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고 있었다.
20~30대 여성이 구직 시 당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20대는 ‘정보의 부족과 치열한 취업경쟁’, 30대는 ‘적은 수입과 근무시간 등 맞지 않는 여건’을 꼽았으며, 여성의 취업을 위한 정책으로는 ‘일․가족 양립이 가능한 일자리의 증가’가 37.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성이 직장에서 얻는 어려움으로 ‘낮은 임금과 과중한 업무부담’ (41.5%)과 ‘늦은 퇴근시간’(21.4%)이 꼽혔으며, ‘여성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승진장벽과 업무배정에서의 성차별’ (19.9%), ‘남성중심적 회식문화 및 비공식적 정보유통으로부터의 소외’ (8.4%)도 적지 않은 응답률을 보여 직장 내 유리천장과 남성중심적 문화가 잔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89.7%가 이직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며,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 ‘결혼과 출산, 육아부담’이 29.1%를 차지했다. 자녀를 둔 여성 중 출산휴가제도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여성은 24.6%였으며, 육아휴직제도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여성은 그보다 더 적은 10.1%에 불과해 육아휴직제도가 아직 사회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미혼여성의 경우 결혼 후 출산할 생각이 있는 여성이 79.4%, 결혼과 상관없이 출산할 생각을 가진 여성이 4.2%로 총 83.6%가 출산계획을 가지고 있어 저출산 문제가 단순한 여성의 출산기피 때문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출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조사대상의 46.3%가 ‘양육부담을 덜어주는 사회적 지원’을 택해 이미 자녀출산과 양육은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지원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과 배우자 이외에 자녀를 주로 돌보는 사람은 친정 쪽 친인척(18.4%)이 가장 높았으며, 자녀양육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보육비,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이 51.4%를 차지했다.
6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육아지원시설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접근성(32%), 안전성(24.8%), 교사의 자질 및 태도(17.6%) 등의 순이며 ‘비용’을 가장 중요한 고려요인으로 꼽은 비율은 4.4%에 불과해 보육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면서도 자녀에게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하기 위해 비용문제를 후순위로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원이 필요한 보육정책의 우선순위로 ‘육아지원 시설 이용의 경제적 부담 경감’에 대한 선호가 21.1%로 가장 높았으며, ‘직장보육시설의 확충’(16%), ‘영아보육시설의 확충’(11.8%), ‘국공립보육시설의 확충’ (9.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간제 보육의 활성화, 시간 연장형 보육의 확대, 24시간 보육, 휴일 보육서비스, 시간제 아이돌보미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보육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총 21.5%에 달해 부모의 수요를 고려한 탄력적인 시설보육의 운영 및 가정보육 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실정이다.
20~30대 여성이 주거지역 및 공간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집값, 전세값 등 주거비용’(25.6%)이었으나, ‘범죄나 사고가 적은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이사하고 싶다’는 문항에 대해 5점 만점에 3.83점의 동의점수가 나와 경제적 여건이 허용하는 한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20~30대 여성이 행복한 삶을 갖추기 위한 요건으로는 ‘더 나은 경제력’이 45.8%를 차지했으며, 20대 초반의 미혼여성들은 사회적 성취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부가 앞으로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정책분야에 대해서는 ‘육아지원시설 및 서비스 확충’(28.2%)와 ‘일자리창출 등 경제적 독립 지원’(26.6%) 순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20~30대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하여 유연근무제, 가족친화기업 인증 등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확산, 아이돌보미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생활밀착형 정책을 보다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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