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복잡하지 않다

정명웅

news25@sisatoday.co.kr | 2009-12-11 16:12:17

길은복잡하지않다_표지_소

[시사투데이 정명웅 기자]

이 책은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노동운동에 대한 뼈아픈 성찰의 기록이며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1984년부터 2009년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노동운동에 대한 기록이다. 현대중공업 위원장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울산 동구 구청장을 지내고 현재 현대중공업 해고자로 살고 있는 그는 노동운동의 핵심에서만 알 수 있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통해 진보운동과 노동운동이 왜 위기에 처해 있는 지를 진단한다. 저자가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을 사랑하는 방식은 내부의 문제를 쉬쉬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내 뼈저린 반성을 통해 혁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5월 10일, 우리는 골리앗에서 내려왔다, 14일 만에. 골리앗에서 내려오는 우리를 전국에서 뜨겁게 지켜보는 것도 몰랐고 우리 싸움이 위대하다고 역사에 기록될 줄도 몰랐다. 포위되어 갈 곳 없던 우리 앞에 골리앗이 있었고 그저 버틸 수 없어 내려왔다. 우리는 위대하고 싶어 오른 게 아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최선을 다했다. 완패했지만 때론 잘 진 싸움에서 이긴 싸움보다 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골리앗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구청장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양복을 입을 일도 없고, 불편하기도 해서 집에 있는 잠바에 구청 마크를 박아서 입었다. 그랬더니 아주 편하고 좋았다. 사람들은 구청장이 되었으니 이제 양복을 입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나는 왜 양복을 입어야만 격이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노동자가 노동자의 옷을 입는 게 예의에 어긋난 것인가? 오히려 어설프게 정치인 흉내를 내면서 노동자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양복 입는 노동자 출신 정치인들이 더 우스운 것 아닌가? 198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1987년 노동조합을 만난 이후 대의원, 교섭위원, 운영위원, 사무국장, 비상대책위원장, 위원장까지 노동조합의 공식 직책을 차례차례 밟으며 노동운동가로 단련되었다. 비공식 학습이나 지하 서클의 이념 교육을 받지 않은 탓인지 소련 사회주의가 몰락했을 때도 충격 없이 노동조합 일에만 집중했다.

[ⓒ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