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전성시대
박지혜
news25@sisatoday.co.kr | 2006-03-02 18:34:36
최근 DIY(Do It Yourself)가 새로이 붐을 타고 있다.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손수 만들어 활용하는 재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DIY 산업이 눈에 띄게 활성화되면서 유행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DIY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과 독일 등 전쟁 후유증이 경제난으로 닥친 국가에서 '아껴야 잘 산다'는 개념으로 시작됐다는 게 통설이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이, 서구에서는 예전부터 집안일을 남의 손 안 빌리고 스스로 해결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었다. 아직도 미국에서는 좋은 남편감의 조건 중에 ‘핸디한(handyㆍ손재주 좋은) 사람’이 꼽힐 정도다.
최근 들어서는 DIY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의 DIY가 반가공품을 저렴하게 구입해 직접 조립하는 데 그쳤다면, 요즘은 전문가적 솜씨가 필요한 원목가구 등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어려운 시공은 전문 업체에 맡기고, 대신 디테일한 부분까지 스스로 고르는 CIY(Choose It Yourself)의 개념도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 봉제용품 등에나 적용할 법한 DIY가 IT기술과 만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맞춤형 벨소리·블로그·사진첩·휴대전화 배경 등 사용자가 스스로 만드는 IT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스스로 하는 재미
DIY는 생활용품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개념을 뛰어넘는다. DIY 애호가들은 취미생활로서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뭔가를 만드는 즐거움과 성취감, 그리고 남에게 보여주는 재미가 결합된 취미생활인 셈이다. 특히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 인터넷 1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자랑하는 재미가 더욱 커졌다.
최근에는 DIY 인테리어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자 홈 임프루브먼트(Home Improvement)라는 개념이 통용되고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집을 단장하고 개선하는 등 생활하는 공간의 환경을 개선시키는 일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이에 힘입어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는 가입자 수, 방문자 수가 늘어나고 있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너도나도 DIY를 즐기고 있다.
또한 손수 만드는 작품이라고 해서 개인소유의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 공유가 급속도로 빠른 인터넷에서는 네티즌들의 손소문을 타고 DIY 재주가 뛰어난 이들에게 제작을 의뢰하는 주문까지 들어오는 상태다.
이들은 하나 같이 “DIY를 오랫동안 하다 보면 적은 돈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것을 만들 수가 있다”, “소일거리로 시작한 일이 새로운 직업이 될 것 같다", "누구나 푹 빠져서 연습하면 전문가 수준으로 오를 수 있는 게 DIY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 비용절약은 덤
DIY 가운데서도 특히 홈 인테리어 부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이유는 ‘비용문제’가 연관돼 있다. 멋지게 집을 꾸미고 싶지만 실내 장치장식 부분은 워낙 가격이 비싸다. 자재도 비쌀 뿐 아니라 시공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 예를 들어 대리석 바닥재 시공은 하루 공임이 25만 원이다. 그래서 DIY에 입문하려는 사람 중에는 결혼이나 이사 등으로 새로운 집에 입주하거나 집을 리폼하려는 사람의 비중이 가장 크다.
그렇다면 전문 업체에 자재 구입과 시공 일체를 맡기는 것과 직접 자재를 사고 DIY로 시공하는 것과의 비용 차이는 얼마나 될까.
동호인들은 “두 배”라고 간단히 말한다. 이는 실수나 시행착오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감안해 평균적으로 어림셈 한 비율. 홈 인테리어는 스스로 시공하면 마감처리가 깔끔하지 않지만 여기저기 접착제가 삐져나온 모습이 오히려 더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홈패션이나 액세서리 등 제품 자체에 ‘디자인 값’과 ‘기술 값’이 많이 포함된 상품의 경우에는 DIY로 제작할시 거의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
■ DIY 입문하기
DIY를 먼저 시작한 사람들은 어떻게 입문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보면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인터넷에 거의 모든 자료가 공개돼 있어 관심분야에 대한 키워드만 검색하면 정보를 무한대로 얻을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발품만 부지런히 팔면 정보 수집에서 재료 구매, 시공 및 제작 요령 배우기까지 모두 가능하다. 또한 가격 비교 등을 통해 싸고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 카페나 클럽이 개설된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카페에 가입된 회원들이 올린 제작 후기, 사진, 제작 동영상 등은 ‘기술 교본’이나 다름없다. 회원들과 글을 교환하면서 하나하나 배우면서 DIY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친분을 나누기도 한다.
또 각종 교육원이나 문화센터에서도 관련 강좌가 늘고 나고 있어 전문가로부터 기본 교육을 받으면 쉽게 손수 작품을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DIY 작품은 뜨개질이다. 장소와 시간을 구애받지 않고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소품을 제작하고 낮은 비용, 실용성, 희귀성에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한 개의 완성품을 뜨는 데 드는 비용은 실의 종류와 완성품의 사이즈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체로 스웨터는 5만∼10만원, 목도리는 3만∼5만원, 모자는 3만원 정도의 실 값이 든다. 초보자도 일주일이면 목도리 정도는 가뿐하게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뜨개질 상품은 날씨가 쌀쌀한 때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단시간에 완성할 수 없는 상품의 경우는 미리 준비하자는 뜻에서 벌써부터 ‘뜨개질’ 인터넷 검색 순위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편 가정에서 홈 인테리어를 할 경우 무조건 어떤 상품을 새로 제작하기 보다는 집안 곳곳 상처 난 부분부터 살펴보는 게 좋다.
▷ 집수리를 위한 필요한 공구=크게 도배, 바닥재 시공, 페인팅으로 나룰 수 있다. 도배 시에는 붓을, 페인팅에는 붓과 롤러를, 바닥재 시공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톱 정도를 갖춘다. 망치와 펜치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며 충전 드릴 정도도 구비해볼만하다.
▷ 못 자국 메우기=석고 보드벽면 위에 못 자국이 있는 경우는 수정액을 채워 넣고 콘크리트 벽면에는 실리콘을 주입한다. 또는 크랙(crack) 전용 제품을 이용해 빈 공간을 채운 후 페인트로 마무리를 하는 방법도 있다.
▷ 벽지가 찢어지거나 구멍이 났을 때=최초 도배 시 여분의 벽지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 찢어진 부분은 떼어낸 뒤 무늬를 잘 맞춰 여분을 붙여준다.
▷ 저렴하게 도배 및 바닥 공사=종이 벽지와 비닐 장판이 가장 저렴하다. 그러나 종이 벽지는 벽면의 울퉁불퉁함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벽지 전용 수성 페인트가 나와 있으며 손수 시공할 수 있다.
▷ 곰팡이 선 욕실 천정=방수 벽지를 붙여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시트 방식의 방수 벽지는 마치 스티커 붙이듯 간편하게 시공할 수 있다. 욕실 거울을 교체할 때는 양면테이프와 항균 실리콘을 이용해 견고하고 깨끗하게 시공할 수 있다.
■ IT산업도 맞춤형 개성시대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성과 취향에 맞춰 직접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는 DIY 바람이 IT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와 이동 통신 서비스에는 휴대폰 벨소리와 휴대폰 배경 화면 등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또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파일이나 e북을 편집해 가족이나 친구에게 선물하는 것도 DIY가운데 하나다.
▷ DIY로 ‘나만의 벨소리’ 만들기=SK텔레콤의 멜론(www.melon.com)에서 서비스 중인 컷팅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컷팅벨이란 자신이 직접 자신만의 벨소리를 만드는 서비스. 어떤 노래든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취향에 맞게 편집해서 벨소리로 사용할 수 있어 자신만의 벨소리를 원하는 신세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학교종이 땡땡땡’에서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라는 부분만 벨소리에 담고 싶으면 곡을 멜론의 검색 창에서 찾은 뒤 휴대전화 그림의 ‘폰 꾸미기’ 버튼을 눌러 멜론 전용 벨 스튜디오에 띄우고, 노래가 나올 때 컷팅벨 박스를 해당 소절에 맞추면 된다. 컷팅벨 이용료는 한 곡에 800원으로 일반 벨소리 요금(원음벨 기준 800∼1000원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싼 편. 또 일반 벨소리는 20초를 한 구간으로 반복 설정해 놓은 반면 컷팅벨은 한 구간이 1분으로 긴 것이 특징이다. SKT 뮤직 사업팀측은 “보통 최신 인기곡 이용객이 월 1만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호응이 대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블로그도 나만의 개성을 살리자=블로그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DIY 열풍이 불고 있다. 블로그나 미니홈피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사 직접 꾸미는 방식으로 운영하지만 콘텐츠까지도 편집하는 DIY가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야후!블로그’의 경우 무제한 용량뿐 아니라 타사에서 유료로 제공되고 있는 스킨과 웹 폰트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따라서 다양한 배경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또한 펼침, 접기 기능을 통해 수많은 글들을 편리하고 보기 좋게 정렬할 수도 있어, 기존의 블로그와는 달리 ‘나만의 개성을 살린 블로그’로 만들 수 있다. 또 말 풍선 합성이나 사진 편집, 모자이크 등의 기능을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 ‘개성’을 부각시킨다.
▷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선물=한국HP가 제공하는 포토웹 서비스 HP포토(www.hpphoto.co.kr)의 ‘포토북’을 이용하면 세상에서 하나 뿐인 나만의 맞춤형 사진 책을 만들 수 있다. 사진을 올리고 메시지를 적으면 손쉽게 20쪽의 양장 앨범이 완성된다. 엡손의 포토 프린터에는 CD-ROM/DVD 표면 프린팅 기능이 탑재돼 있어 CD 트레이에 CD만 넣으면 전문가가 제작한 듯한 CD/DVD 디자인을 만들고 편집할 수 있다. 디카로 찍은 사진을 출력해 앨범 자켓을 만들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CD에 담으면 나만의 독특한 앨범 제작이 가능하다.
▷ 휴대폰 배경 화면, DIY로 상큼하게 변신= KTF는 고객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휴대폰 배경 화면을 소재로 하는 ‘모바일 사생 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현재 유무선 포털 매직엔닷컴에서 고객이 자신만의 휴대폰 배경 화면을 만들 수 있는 ‘내가 만든 캐릭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때때로 DIY 제품을 직접 제작하는 과정에서 일반 판매하는 제품보다 비용이 더 들기도 하고 제작 시간이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나만의 개성이 담긴 작품은 한 번의 빛을 발하기 보다는 애착을 가지게 되고 또 그 희귀성만으로도 DIY에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DIY 산업은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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