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 쿠팡, 청문회 앞두고 대표 교체 초강수…김범석 의장 출석할까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 2025-12-10 17:07:46
[시사투데이 = 이윤재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국회 청문회를 일주일 앞둔 가운데 대표까지 교체하면서 어수선한 조직을 다잡고 있다.
현재 정보 유출 사태를 놓고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서 이틀째 압수수색을 이어가는 등 압박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17일 열릴 예정인 국회 청문회에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대관 임원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돼 쿠팡은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박대준 대표이사가 사임했다고 10일 밝혔다. 후임으로는 모회사인 쿠팡 Inc.의 해롤드 로저스 최고관리책임자(CAO)가 임시 대표를 맡게 됐다.
사태 발생 이후 수습 과정에서 지배구조, 전관 채용 논란, 사과문 논란 등으로 사태가 수습되기보다 악화하는 모양새가 되자 모회사가 직접 나서게 된 모양새다.
앞서 과방위는 청문회 증인으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박대준 쿠팡 대표, 강한승 전 대표, 민병기 정책협력실 부사장,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등 모두 5명을 채택했으나 이날 선임된 로저스 임시 대표도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도 유지돼 증인은 모두 6명으로 늘어났다.
김 의장의 출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로저스 신임 대표는 국회의 출석 요구가 있을 경우 청문회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지만 곧 한국행 비행기를 탈 것으로 보인다.
로저스 신임 대표가 쿠팡Inc.의 핵심 이너서클 내에서 김 의장과 긴밀히 소통해왔다는 점에서 이전 현안 질의 때보다 책임감 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쿠팡 내부에서 로저스 대표는 '김범석의 복심'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로저스 대표가 한국법인 대표를 맡게 된 것이 모회사가 사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선다는 의미로 본다면, 오히려 김범석 의장의 청문회 출석 가능성은 작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미국 법인이지만 한국에서 주로 영업해 대부분의 매출을 올린다. 김 의장은 의결권 70%를 보유한 실질적 경영자이지만 한국법인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에서는 뒤로 빠져있다. 앞서 박대준 대표는 이번 사태가 한국 법인에서 일어난 일로, 자신의 책임하에 있다며 미국 모회사로 책임이 번지는 것을 방어했다.
그러나 사태가 확산하며 김 의장이 이전처럼 특별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민 부사장과 조 부사장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돼 김 의장 출석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자 또 다른 방패를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쿠팡은 최근 몇 년간 빠른 실적 성장과 함께 대관 조직을 매우 빠르게, 전관 출신 중심으로 확대해왔다. 국회와 인사혁신처의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과 그 계열사는 올해만 18명의 퇴직공무원을 영입했다. 국회, 경찰, 대통령비서실,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주를 이뤘다.
사임한 박대준 대표 역시 LG전자 대외협력실과 네이버 정책실을 거친 대관 출신이고, 강 전 대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이다.
쿠팡은 이처럼 비대해진 대관 조직이 전방위 활동에 나서면서 반감을 사거나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앞서 지난 2일 열린 국회 과방위 현안 질의에서도 쿠팡이 대관 로비를 통해 김 의장의 상임위 출석을 무마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쿠팡의 대정부 대관 조직이 커지자 외부 간판도 없는 강남의 별도 사무실에서 근무했다며 대관 활동의 투명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쿠팡 관계자는 "해당 사무실은 잠실 본사 오피스의 공간 부족에 따라 올해 2월 임차해 사용 중인 곳으로, 퇴직금 미지급 사건이나 개인정보 유출 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시사투데이 /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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