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방관이 키운 '가정폭력', 끊어내야 산다…신간 <가족 해방>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 2026-05-06 11:49:50

사회의 방관 기제 분석…죄책감 없이 폭력적 가족관계 끝내는 법 가족해방 책 포스터 [복복서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우리 인간의 가장 무서운 악행은 전쟁터나 감옥이 아닌 수백만의 가정에서 매일 일어난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편집자 중 한 사람인 에이먼 돌런은 신간 '가족 해방'에서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받아온 학대를 고백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그런 어머니와 절연한 순간, "어깨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키마저 자란 기분을 느꼈다"며 "나와 어머니 사이 마지막 다리를 무너뜨린 건 내 삶에서 가장 큰 해방과 변화를 불러온 순간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사회는 보통 가족과의 절연을 불행한 일로 바라보지만, 저자는 단언한다. 폭력적이고 해로운 가족과의 관계를 끝내는 일은 학대받은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화, 나아가 기쁨을 준다고.

저자는 개인적 고백과 정신의학, 심리학, 사회학 이론, 학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학대 가해자인 가족과 절연하는 문제에 관해 정면으로 다룬다.

특히 사회가 가정 내 폭력과 학대에 어떻게 침묵하는지를 파헤친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오늘날에도 신체적, 성적, 정서적 학대의 가장 큰 가해자는 부모, 친척, 형제자매, 배우자 등 가족 내에 있지만, 사회는 이상화된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그 '거짓 우상'을 떠받들면서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모든 형태의 가정폭력은 계급과 인종을 가리지 않으며, 이 악을 부정하려는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 성향을 막론한 모든 인구 집단의 사람이 '가족은 중요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따위의 온갖 상투적인 말을 동원하여 공통된 유전자를 가졌거나 같은 지붕 아래 산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저질러지는 중범죄를 별것 아닌 경범죄 취급한다"

저자는 가정에서의 학대는 침묵 속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의 가정생활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어떤 방식이든 그것이 정상적이라고 믿고 받아들인다.

"나는 십대 후반까지도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맞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것이 잘못된 일이란 걸 알고 나서도 내 탓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 다시 수십 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우리 집이 정상적이라는 착각이 나를 침묵하게 했고, 그다음에는 내 처지가 비정상적이라는 부끄러움이 나를 침묵하게 했다."

저자는 사회 전반에서 가정 내 학대를 자녀 훈육 혹은 사적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가족의 가치만을 강조하면서 무시하거나 방조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경향은 종교, 심리학, 정신의학, 대중문화, 정치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 같은 침묵과 방관 체제를 통해 학대는 심화하고 영속화한다고 주장한다.

피해자가 도움을 구하기 위해 치료를 받을 때도 결국에는 화해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고, 해로운 가족과 결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듣지 못하는 등 실질적 도움을 구할 곳은 찾기 어렵다.

피해자들은 힘과 위안을 얻기 위해 책과 팟캐스트, 유튜브 영상 등 자기계발 산업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콘텐츠들은 상대를 용서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라고 촉구하고, 이는 오히려 피해자의 감정이나 고통을 억누르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사회의 '공모'로 가정 내 학대에 대한 실질적 예방책이나 해결책이 나올 수 없었다고 강조하고, 피해자들이 어떻게 수치심과 죄책감 없이 가해자와 결별하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지도 이야기한다.

그는 학대를 견뎌낸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는 진실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사회를 향해서도 아이들에 대한 공동체 전체의 집단적 책임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제언한다.

복복서가. 김은지 옮김. 376쪽.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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