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김범수 무죄에 한숨 돌린 '카카오'…AI·신사업 활력 주목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 2025-10-21 15:24:53
카카오톡 AI 결합 본격 앞둔 시점…김 창업자 일선 복귀 시점은 불투명
[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기소된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카카오 그룹이 큰 고비를 일단 넘기게 됐다.
그간 안팎에 산재한 시련에 먹구름이 가실 날 없었던 카카오 입장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며 그룹의 사활을 걸고 진행해야 하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핵심 신사업 분야에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21일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에 감사드린다"며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는데, 1심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며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 역시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향후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룹 관계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김 창업자가 카카오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라며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그룹 입장에서는 정말 날개를 단 기분으로 AI를 비롯한 신사업 등에서 확실한 드라이브를 걸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를 비롯해 주식회사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에도 전부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 2023년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352820]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특히 지난해 8월 구속기소되며 보석 허가까지 100일간 구치소에서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아 왔고, 건강 악화로 암 수술과 재수술을 받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등 개인적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재수술을 앞둔 지난 3월에는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CA협의체 의장에서 물러나며 그룹 전반에 짙은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이 때문에 1심 판결 이후 아직 절차가 남아 있지만 ICT(정보기술통신) 업계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무죄 판결로 카카오가 수장의 사법 리스크라는 최대 위험을 우선 떨치며 위축된 기업 분위기에 활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복수의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카카오 그룹은 그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며 계열사를 두자릿수까지 줄이는 고강도의 쇄신을 이어왔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경쟁사인 네이버와 비교해 AI 등 핵심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에 박차를 가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15년만에 진행한 그룹의 핵심 본체인 카카오톡 업데이트 과정에서 친구탭 개편을 놓고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하며 주가 등 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달말 오픈AI의 챗GPT의 카카오톡 결합, 자체 개발한 AI 카나나의 카카오톡 결합 등 중요한 실험을 앞두고 있는 만큼 그룹 입장에선 오너 리스크를 사전에 털어낼 수 있었던 것은 크게 힘이 되는 요건이라 볼 수 있다.
1심에서 김 창업자는 물론이고 카카오 법인이 무죄를 받으면서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유지 등에도 위험 요소를 털게 됐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산업자본이 금융사의 지분 10% 초과 보유할 경우 최근 5년 내 벌금형 등 법령 위반이 없어야 한다. 적격성에 문제가 생기면 카카오는 6개월 내 10%를 초과하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카카오는 6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다만 한 숨 돌린 김 창업자가 당장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선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의 이사회 의장 복귀 이후 두나무와 합병을 비롯한 과감한 신사업 드라이브와 비교해 김 창업자의 부재 자체가 카카오 입장에서는 사실 최대의 악재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룹 관계자는 "김 창업자는 일단 치료와 건강 회복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복귀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사투데이 / 박미라 기자 47240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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