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 한숨 돌린 최태원…관세협상 지원·AI확장 등 경영집중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 2025-10-16 13:11:51

SK 지분 제외로 분할액 대폭 축소 전망…"잘못 시정돼 다행"
환송심 공방 재가열·장기화 예상…일각선 극적 합의 모색 예상도
오늘 美출장 이어 APEC CEO서밋·그룹 경영회의 등 광폭행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사회적 대화 공동선언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0.15 [사진제공 연합뉴스]

[시사투데이 = 이윤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에서 1조4천억원에 가까운 재산분할에 대한 파기환송이 결정되면서 최악의 위기는 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개인사 대신 글로벌 경영환경 급변 대응과 인공지능(AI) 산업 확장, 한미 관세협상 지원 등 당면한 현안과 그룹 경영에 한층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재산분할액을 다시 정하기 위한 법적 공방이 재점화하는 등 당분간 개인적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게 됐다.

16일 대법원 판결 이후 최 회장측 변호인은 "지난 항소심 판결에서 있었던 여러 법리오해와 사실오인 등 잘못이 시정돼 다행이다.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나 SK 그룹은 공식 반응 없이 평소와 같은 경영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룹 주요 계열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도 평소와 다름 없이 조용한 분위기로, 지난해 5월 2심 판결 이후 주요 경영진 긴급회의가 소집된 것과 달리 이날은 별도의 공지나 회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최대 위기는 넘겼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2심에서는 1심 결과 665억원이던 재산분할액이 20배가 넘는 1조3천808억원으로 대폭 상향되면서 최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SK 그룹은 지주회사인 SK㈜가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말 기준 SK㈜ 지분을 17.9%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최 회장 측 SK㈜ 지분은 30% 정도로 추산돼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은 계열사 지분 매각이나 거액의 대출 발생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재산분할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 그룹 선대회장에게 지원했다는 300억원의 출처를 대통령 재임 중 받은 뇌물로 보고, 이를 노 관장의 재산 기여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이 중요하게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심 재판부가 300억원이 종잣돈이 됐다고 한 SK㈜ 지분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고 재산분할액도 1조4천억원보다는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재계는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극적으로 합의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대법원 심리가 1년 3개월 넘게 이어질 정도로 양측의 공방이 치열했던 만큼 고법에서의 법적 다툼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최 회장측 변호인은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환송 후 재판에 최선을 다해 임할 계획"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분석한 후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개인적 리스크의 큰 고비를 넘긴 것을 계기로 관세 리스크와 공급망 문제 등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대응과 AI·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 육성 등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번 모임에는 최 회장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함께 하며 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총수는 같은 시기 미국을 찾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정,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측면에서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후에는 오는 28~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의 의장을 맡아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이끌 예정이다.

내달 3~4일에는 SK가 주관하는 AI 서밋에 참석하고, 6~8일에는 그룹 최대 경영회의인 'CEO 세미나'에서 그룹 미래 방향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등 숨 가쁜 행보가 예고돼 있다.

SK 그룹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비자금으로 SK가 성장했다는 오해가 해소된 만큼 구성원들의 명예와 긍지가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투데이 /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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