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쿠팡 총수는 김범석"…5년 만에 동일인 변경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 2026-04-29 12:27:20
쿠팡에 공시 의무 추가·사익편취 금지 적용…쿠팡, 행정소송 가능성
[시사투데이 이윤재 기자]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는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총수로 규정되면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규제가 추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쿠팡 법인으로 돼 있던 쿠팡의 동일인을 자연인 김 의장으로 변경해 지정했다고 29일 발표했다.
공정위가 쿠팡의 동일인을 변경한 것은 2021년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으로 지정한 후 처음이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씨가 쿠팡 경영에 사실상 참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동일인을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할 예외 요건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김유석 씨가 "물류·배송 정책 관련 정기·수시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최하고,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 등을 초대해 주간 업무실적을 점검하거나 물량 확대, 배송 정책 변경 등 개선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그가 주요 사업의 구체적인 업무 집행 방향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사실관계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유석 씨는 사내에서 미국명 '유 킴'으로 불리고 있지만 부사장(Vice President)급이라서 쿠팡 내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그의 지위는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등급과 유사하며, 연간 보수는 동일 직급의 등기임원 평균에 이르고 비서가 배정되는 등 대우 역시 등기임원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점을 함께 고려했다.
작년까지 공정위는 줄곧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특혜 논란이 커지자 2024년 5월 10일 신설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규정을 적용해 쿠팡의 경우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에 벌어진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를 계기로 올해 초 대대적으로 쿠팡 본사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가 이처럼 김 의장의 동생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볼 근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의 동일인이 법인에서 자연인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쿠팡은 더 투명한 경영을 요구받게 된다.
공정거래법은 동일인과 그 친족(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국외 계열사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사익 편취)를 금지하고 있는데 쿠팡도 이런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만약 친족이 보유한 회사 등이 있으면 공시할 의무가 추가될 것으로 보이고, 동일인(김범석)의 해외 계열사가 있다면 이를 공시할 의무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규제를 넘어서 김 의장을 향해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쿠팡은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계획에 반발해 공정위 동일인 판단 이의심의위원회까지 거쳤지만, 쿠팡의 논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공정위는 그간 쿠팡이 김유석 씨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점이 공시자료 허위 제출인지, 제재가 필요한지도 살펴보고 있다. 쿠팡 법인이나 김 의장을 고발할 가능성도 있다.
쿠팡은 그동안 공정위 처분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모회사 쿠팡 Inc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인 점을 염두에 두고서 동일인 변경이 "타 외국기업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차별적 조치'라는 주장도 펼친 만큼 미국 측의 반응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공정위는 이날 쿠팡을 포함해 102개 기업집단(소속회사 3천538개)을 공시집단으로 지정했다.
중흥건설도 동일인이 변경됐다. 기존 동일인이던 정창선 회장이 올해 2월 별세함에 따라 그의 장남인 정원주 중흥건설 부회장이 새로 지정됐다.
두나무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창업자이며 지분 25.51%를 보유한 최대 주주 송치형 회장이 아닌 법인이 동일인으로 유지됐다. 공정위는 두나무가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올해 공시집단 및 소속회사 수는 작년보다 각각 10개, 237개 늘었다.
이 가운데 자산총액이 가장 최근에 확정된 명목 국내총생산(GDP, 2천408조7천억원)의 0.5%에 해당하는 12조원 이상인 47개 집단(소속회사 2천88개)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으로 지정됐다.
교보생명보험, 다우키움 등 2개가 상출집단으로 새로 지정됐고 작년에 상출집단이던 이랜드는 공시집단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하향됐다.
화장품, 제약·바이오 등에서 매출이 증가한 한국콜마와 제과류 해외 매출 신장이 두드러진 오리온 등이 공시집단에 새로 진입했다.
다우키움이 상출집단이 된 것 외에 토스가 공시집단이 되는 등 증시 활황의 영향도 엿보였다.
전쟁의 영향으로 방위 산업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한화(7위→5위), 한국항공우주산업(62위→53위), 엘아이지(69위→63위)의 자산총액(공정자산) 순위가 상승했다.
이윤재 기자 sisa_leey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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