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무력 사용 안 해’…현지는 여전히 경계
홍선화 기자
sisatoday001@daum.net | 2026-01-23 10:05:29
현지 주민들 “매일 말 바뀌는 인물…완전히 믿긴 어려워”
그린란드 총리 “주권 존중이 협력의 전제조건”
[시사투데이 홍선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영유권 확보를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외교적 방식으로 접근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그린란드 현지에서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그린란드 수도 누크로 향하는 에어 그린란드 여객기 탑승객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부인한 데 대해 일정 부분 안도감을 나타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그린란드에서 IT 기술자로 일하는 안구티치아크 크로이츠만 씨는 “무력 사용을 배제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지만, 완전히 욕심을 거둔 것 같지는 않다”며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희토류 등 자원에 관심이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군사 행동 언급은 불필요한 긴장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빙산 관광을 위해 그린란드를 찾은 70대 덴마크인 부부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 정치적 갈등의 대상이 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린란드는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날 300석이 넘는 에어버스 A330네오 기종은 만석에 가까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그린란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진 데다 빙산 관광 성수기가 겹치며 항공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그린란드 누크 시내는 이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시내 호텔에서 근무하는 라스 씨는 “평일이기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 가능성을 거둔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현지 이누이트족 택시 운전사 말리크 씨는 “트럼프 대통령은 말을 자주 바꾸는 인물”이라며 “그의 발언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도 덴마크도 아닌 그린란드인으로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이날 누크 문화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가 한 말을 믿으려 한다”면서도 “주권 존중이라는 레드라인이 지켜지는 한에서만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그린란드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의 틀을 마련했다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부인했다. 또 유럽을 압박하기 위해 검토하던 관세 부과 계획도 철회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닐센 총리는 관련 합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고위급 실무그룹이 구성됐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그린란드에는 전 세계 8위 수준인 약 150만 톤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홍선화 기자 sisatoday0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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