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유전체 분석했더니..동북아 식물종 다양성 증명

정미라

| 2024-07-11 13:18:43

한라산의 구상나무, 구과의 비늘이 아래를 향한다

[시사투데이 정미라 기자] 비슷한 기후의 북미에 비해 동북아시아에서 식물종이 다양한 이유가 지형의 복잡성과 신생대 기후변동 때문이라는 가설을 분비나무 종복합체 유전체 분석으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자원관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일본, 중국, 러시아 등 5개국과 10개 기관이 참여한 구상나무와 분비나무·사할린전나무·베이치전나무의 유전체 변이 분석 공동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

일명 '크리스마스 트리'로 불리는 구상나무는 제주도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 한반도 남부의 아고산대에 사는 고유종이다. 이 나무의 근연종에는 분비나무, 사할린전나무, 베이치전나무 등이 있다. 특히 분비나무는 구과(솔방울)의 비늘 방향이 아래로 향하지 않는 점만 제외하고 구상나무와 매우 흡사해 전문가들도 구분하기 힘들다.

​공동연구 결과 동해를 둘러싼 한반도와 일본, 중국, 러시아 지형을 따라 원형의 유전적 연결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나무의 분포 범위는 신생대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는 동안 확장과 수축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바다와 산맥 등 지형 특성이 나무 사이의 접촉을 막고 분화된 종이 기후 변화에 따라 재접촉하는 과정에서 '잡종화'가 발생해 지역별 식물의 다양성을 높인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중부지방 산지의 구상나무와 분비나무의 모습이 매우 비슷한 원인도 약 2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 이후 한반도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종 분화 후 재접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잡종화 때문으로 확인됐다.

또한 구상나무 근연종들의 모계 혈통에서 북미계열 나무의 유전자가 발견돼 빙하기 동안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했던 베링 육교를 통해 유입된 북미계열 모계 유전자가 남아있고 구상나무 일부 집단에도 영향을 미쳐 구상나무 근연종 다양성에 기여한 것이 증명됐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로 명확히 증명된 바는 없었던 동북아시아 지역 식물종 다양성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종의 번성과 쇠퇴 등의 역사를 추정할 수 있는 유전체를 지속해서 분석할 계획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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