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화가’…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작품의 정수’
이윤지
| 2022-12-02 10:41:24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1926~2008) 작가의 발자취를 되짚어볼 수 있는 ‘박경리 문화의 집’을 방문하고 문학관 건립을 꿈꿨다. 발품을 팔며 고서적과 시화집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고, 사재를 털어 용인시 외곽에 자신의 호(號)를 딴 삼정(三井)문학관을 지었다.
바로 ‘삼정문학관 정정례 관장’의 얘기다.
정 관장은 “한 시대를 대변했던 문인들과 훌륭한 작품, 귀한 문헌자료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문학관을 열게 됐다”며 “문학관에 전시된 작품들이 후대 문학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람”했다.
올해로 개관 11주년을 맞은 삼정문학관은 ‘나비와 광장’으로 잘 알려진 문곡(文谷) 김규동(1925~2011) 시인의 작품전시관도 마련돼 있다. 故김규동 시인은 함경북도 출신으로 1948년 스승 김기림 시인을 찾아 월남해 모더니즘 시론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분단의 아픔과 이를 극복하는 문학세계를 펼쳤다.
정 관장은 “스승님께서 평생토록 만드신 서각 작품들을 선뜻 기증해주시고, 문학관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다”며 “작고하신 해부터 매년 스승님의 시를 낭송하고 지인들과 추모했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순연돼 아쉬움이 크다”고 소회했다.
이런 그녀는 유심신인문학상(2010),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2016), 제5회 천강문학상(2013), 제3회 한올문학상(2014), 한탄강문학상(2021), 호미문학대전(2021), 제19회 대전일보문학상(2022), 제15회 신사임당문학상(2022)을 수상하고, ‘시간이 머무른 곳’, ‘숲’, ‘덤불설계도’, ‘한 그릇의 구름’ 등 4권의 시집과 ‘달은 온몸이 귀다’, ‘시래기 꽃피다’까지 2권의 시화집을 펴냈다.
시인이자 화가인 정 관장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며, 유화물감에 돌가루를 접목시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녀가 화폭 속에 담아내는 작품은 인간의 깊숙한 본질과 고독한 내면의 성찰을 이끌어내며 관람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특히 강력한 색채와 자유분방한 터치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위안을 얻고, 말할 수 없는 여운이 다가온다.
그러면서 다수의 개인전과 초대·그룹전을 통해 화가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나라사랑미술대전 종합대상, 대한민국수채화공모대전 대상, 아카데미미술대전 국회의장상, 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협회 초대작가상, 인사동아트페어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은 그녀는 “실력, 덕망, 학식은 소리 없이 쌓이는 법이며,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일수록 조용한 것이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한 향우들의 힘과 지혜를 하나로 결집시켜 ‘고향, 영암 발전’의 견인차가 되어온 정 관장은 ‘재경삼호읍향우회장’을 4년간 역임하고 ‘재경영암군향우회 부회장’을 8년째 맡아 다양한 애향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정정례 관장은 “남편의 각별한 외조와 가족들의 응원·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거듭 고마움을 전하며 “하얀 백지 위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기까지 고통도 따르지만 화업(畵業)과 시작(時作)에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한편, 삼정문학관 정정례 관장은 시인·화가로서 문학과 미술 발전에 헌신하고, 문학관 건립·운영 및 예술교류 공간 창출을 이끌면서, 문화향유 기회 확대와 국민정서 함양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2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