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인생 50년’, 가야금병창 대중화와 국악 후진양성의 ‘큰 울림’

이윤지

| 2020-12-29 10:02:35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8호 가야금병창 보유자 문명자 명창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소리인생 50년, 가야금을 품에 끼고 살았다. 현 위로 쏟은 땀방울만큼 소리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그대로 묻어나, 청중을 전율과 감동으로 압도한다.

바로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8호 가야금병창 보유자 문명자 명창의 얘기다.

문 명창은 16세 때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3호 고(故)임동선 선생’과의 인연으로 국악에 입문하며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호 판소리 보유자 한애순 선생(판소리)’,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6호 판소리 서편제 고(故)안채봉 선생(남도민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전수조교 조통달 선생(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김성곤 선생(고법)’, ‘지순자 선생(성금년 가야금산조)와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 안숙선 선생’에게 가야금병창을 사사받았다.

‘평생 소리꾼으로 살고 싶다’는 의지와 국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여러 훌륭한 스승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과 지도가 없었다면 현재의 모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 그녀는 회고한다.

이런 문 명창이기에 후진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도 헌신적이다. 그녀가 정성을 다해 정도(正道)로 가르친 제자들이 곧 전통문화예술 계승·발전의 밑거름이 되리란 신념에서다.

▲예술단 별밭가얏고 예술감독 ▲전남도립국악단(수석단원, 지도위원)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국악과 객원교수 ▲남부대학교 음악학과 겸임교수 ▲목원대학교 국악과 강사 ▲광주국악협회 부회장 ▲(사)남도가야금병창진흥회 이사장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기능·예능보존회 이사장 등의 전·현직 활동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특히 문 명창은 1986년부터 전남도립국악단에서 창악부 수석단원과 지도위원으로 활동하며 세계 각국 순회공연을 통해 가야금병창의 진수를 선보이고, 우리나라 전통 예술을 알리는 문화사절단 역할을 수행하다 정년을 2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진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 지난 2004년부터 가야금병창의 가치제고와 전국 가야금병창 전승자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며, 인재 발굴·육성을 위한 ‘대한민국 가야금병창 대제전’을 매년 개최해왔다.

2000년 발족된 문명자가야금병창단은 2009년 문명자 명창의 호인 성전(星田, 별밭)을 딴 ‘예술단 별밭가얏고’로 개칭돼 올해로 20년째 가야금병창, 가야금산조, 판소리, 민요 등 전통의 맥을 잇고, 완성도 있는 공연을 선보이며 남도를 대표하는 예술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국악계 최초로 판소리 눈대목(핵심이 되는 대목)에서 캐릭터에 맞는 의상을 갖춰입고 서로 대화하듯이 주고받는 ‘입체창’과 정적인 가야금병창에 창극을 가미시킨 ‘가야금 병창극’은 단연 압권이다.

이처럼 오롯이 가야금병창을 가르치고 연마해 온 그녀가 제19회 전주대사습놀이 가야금병창 부문 장원과 제10회 고령 우륵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문 명창은 “국악을 전공한 후진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없고, 현실적인 문제로 국악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초·중·고 학교에서 국악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하고, 방과 후 국악강좌를 만들어 전공자들을 배치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교육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통 국악을 지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외길을 걸어온 문명자 명창의 꿈처럼 ‘온 국민이 국악에 관심을 갖고 우리 소리 한 곡조씩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한편,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8호 가야금병창 보유자 문명자 명창은 전통국악 계승·발전과 후진양성에 헌신하고, 남도가야금병창 진흥 및 국악공연 활성화를 도모하면서, 광주·전남지역 문화예술 창달과 국악의 위상강화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0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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