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피해자 신상털기 안 돼"…류호정 "조문 안 갈 것"(전문)

김애영

| 2020-07-10 18:42:26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0일 오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0710

[시사투데이 김애영 기자] 10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전날 사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것과 관련,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호소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병원에 마련된 박 시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사안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진 못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 중 한 분이 피해 호소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 상황이 본인의 잘못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 말씀드린 대로 지금 상황이 무척 안타깝고 마음이 몹시 무겁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전했다.

이날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와 강은미 원내수석부대표도 심 대표에 앞서 박 시장의 빈소를 찾았다. 배 원내대표는 조문을 마친 뒤 "풀뿌리 시민운동을 함께 했던 분이시기도 하고 제가 구청장일 때 서울시장님이셨다. 목민관 클럽으로 함께 하셨던 분이라서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이 있다"며 "시장님이 시민과 함께 꿈꾸려고 했던 꿈들이 앞으로 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한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과의 연대를 위해 빈소를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페이스북에 성추행 혐의로 박 시장을 고소한 여성을 향해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위로 글을 올렸다. 그는 "영화 '굿 윌 헌팅' 속 등장인물 '숀'이 주인공 '윌'에게 전한 말이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회자되었던 이 말을, 닿을지 모르는 공간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를 당신에게 전한다"며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 류호정 정의당 의원 사진

또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돼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제 오늘의 충격에서 '나의 경험'을 떠올릴 '당신들'의 트라우마도 걱정"이라며 "우리 공동체가 수많은 당신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덧붙여 2차 피해를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류 의원은 더불어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는다.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면서도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러나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프다. 유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게시글을 두고 박 시장의 지지자 일각에서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예를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제가 조문을 온 것으로 답을 대신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하 류호정 의원의 글 전문이다. (출처=류호정 의원 인스타그램)

당신이 외롭지 않기를.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습니다.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합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It’s not your fault)”

영화 <굿 윌 헌팅> 속 등장인물 ‘숀’이 주인공 ‘윌’에게 전한 말입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다시 회자되었던 이 말을, 닿을지 모르는 공간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를 당신에게 전합니다.

어제 오늘의 충격에서, ‘나의 경험’을 떠올릴 ‘당신들’의 트라우마도 걱정입니다. 우리 공동체가 수많은 당신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2차 피해를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정의당의 5대 우선입법과제 중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을 맡았습니다. 강간죄의 구성요건에 위계와 위력,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추가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나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픕니다.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2020년 7월 10일

정의당 국회의원 류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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