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언제 잘거니"…女신입 직장 성희롱·괴롭힘 충격 실태

김애영

| 2019-09-05 18: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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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투데이 김애영 기자] #. "어느 날은 (팀장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같이 1층에 내려가는데 '야, 우리 언제 잘래?'라고 하더라고요. 당황해서 '아니 무슨 그런 말을 하세요'라고 말하니까 '그러지 말고 우리 끝까지 술 마시고 언제 잘래?'라고 했어요"

#. "누가 봐도 화가 나 있어 보여서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니까 제가 조퇴한다고 말할 때 '죄송합니다'를 앞에 얘기 안 하고, 뒤에 얘기해서 화난다는 거예요"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경험한 여성 신입사원의 사례를 모은 '신입사원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지난 7월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기획된 이번 조사는 만 39세 이하 10명의 여성 대상자에 대해 심층집단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인터뷰 참여자들이 겪은 일터 내 괴롭힘은 ▲트집, 폭언, 말바꾸기, 사생활 침해, 사회적 고립 등의 '개인적·대인 간 괴롭힘' ▲업무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반복적인 지적을 하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일 관련 괴롭힘' ▲폭력적인 일터문화 조성, 불합리한 업무환경, 감정노동 방치 등의 '조직적·환경적 괴롭힘' 등이 있었다.

특히 이들 사례 중에는 '52시간 시대' 등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퇴근 이후 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연락을 하는 상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한 조사 참여자는 "주말 중에도 연락을 해야 된다. 퇴근하고 나서도 계속 연락이 오고, 업무에 대해서 계속 연락이 온다"며 "자기 어디 놀러가서 본 것에 대한 이야기까지 보낸다. 답을 안하면, 너 왜 대답 안했어?, 너 뭐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 닦달한다"고 설명했다.

성희롱·성차별과 관련해선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을 둔 성차별적 발언부터, 업무와 무관하게 여성 신입사원에 대해 외모 평가를 하는 발언이나 성적인 모욕을 주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청년유니온은 전했다.

미디어 업계에서 일한 한 조사 참여자는 "시청률 올리려면 여성을 벗기고,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히고, 붙는 옷 입히고 이런 것이 당연하고, 그리고 어떤 PD가 이직을 한다든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간다고 하면 여성이 접대하는 술집으로 꼭 간다. 술 따르는 것도 제일 막내 여자 스텝이 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조사 참여자는 "하루는 출근해서 제 자리를 봤는데 키보드 사이에 유흥업소 명함이 끼워져 있었다. 제가 그걸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이게 뭐예요'라고 물었더니 '여대생이니까 여대생 마사지 받아보라고 한번 끼워 놓아봤다'라고 하더라"며 "절대로 화를 내면 안 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서 웃고 넘겼지만, 그 일을 계기로 퇴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청년유니온은 "일터 내에서 여성의 연령이 낮고, 지위가 낮을수록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면서 "신입사원으로 일을 시작하는 여성들은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또 "(입사 후 고통 받다 퇴사를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조직의 구성원이기 전에 개인으로서 자존이 무너지는 과정을 겪는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일하는 청년의 자존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년유니온은 조사 참여 대상자들이 "앞으로도 일터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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