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보수·진보 나눌 수 없는 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전쟁을 통치수단 삼았던 이념의정치, 패거리정치 청산"

윤용

| 2017-06-06 13:48:07

제62회 현충일 추념 "보훈이 국민통합·강한국가 가는 길…독립운동하면 3대 망하는 뒤집힌 현실, 나라다운 나라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가유공자인 박용규씨(가운데)를 부축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면서 "저는 오늘 이곳 현충원에서 '애국'을 생각한다.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통해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가난과 독재와의 대결로 시련이 멈추지 않은 역사였지만 애국이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해냈다. 지난 100년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지킨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신념이었다"며 "항일의병부터 광복군까지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의 신념이 태극기에 새겨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살이 찢기고 손발톱이 뽑혀나가면서도 가슴에 태극기를 품고 조국을 버리지 않다"며 "독립운동가를 키우고, 독립운동을 지원하며 나라 잃은 설움을 굳건하게 살아냈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며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겪고 있는 가난의 서러움, 교육받지 못한 억울함, 그 부끄럽고 죄송스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면서 독립유공자에 대한 정부의 예우를 새롭게 할 것임을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된다.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그 분의 자손들 한 분이라도 더, 독립운동의 한 장면이라도 더, 찾아내겠다. 기억하고 기리겠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목숨을 바친 조국의 아들들이 있었다"면서 "전선을 따라 늘어선 수백 개의 고지마다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찾고자 피 흘렸던 우리 국군이 있었다"면서 6.25 전쟁 참전용사를 기렸다.아울러 "아직도 백골로 묻힌 용사들의 유해, 단 한구의 유골이라도 반드시 찾아내 이곳에 모시겠다"면서 "반드시 명예를 지켜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전장의 부상을 장애로 안고, 전우의 희생을 씻기지 않는 상처로 안은 채 살아가는 용사들, 그 분들이 바로 조국의 아버지들"이라며 "반드시 명예를 지켜드리겠다. 이념에 이용되지 않고 이 땅의 모든 아들딸들에게 존경받도록 만들겠다. 그것이 응당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경제가 살아났다. 대한민국의 부름에 주저 없이 응답했다.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것이 애국"이라며 "이국의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생긴 병과 후유장애는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채다. 이제 국가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이다. 합당하게 보답하고 예우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저는 오늘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독립과 호국의 전장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하고자 한다"며 "1달러의 외화가 아쉬웠던 시절, 이역만리 낯선 땅 독일에서 조국 근대화의 역군이 되어준 분들이 계셨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울러 "뜨거운 막장에서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석탄을 캔 파독광부, 병원의 온갖 궂은일까지 견뎌낸 파독간호사,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조국경제에 디딤돌을 놓았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청계천변 다락방 작업장, 천장이 낮아 허리조차 펼 수 없었던 그곳에서 젊음을 바친 여성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드린다. 재봉틀을 돌리며 눈이 침침해지고 실밥을 뜯으며 손끝이 갈라진 그분들"이라며 "애국자 대신 여공이라 불렸던 그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노인이 되어 가난했던 조국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그분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마음의 훈장을 달아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대표적인 국민들을 향해 "독립운동가의 품속에 있던 태극기가 고지쟁탈전이 벌어지던 수많은 능선위에서 펄럭였다. 파독광부·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 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다.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새겨졌다"면서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고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제도상 화해를 넘어 마음으로 화해해야 한다"며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 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정부는 애국의 역사를 존중하고 지키겠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분들께서 바로 그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이념 갈등을 끝내주실 분들이고, 이 나라의 증오와 대립, 세대갈등을 끝내주실 분들도 애국으로 한평생 살아오신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보다,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국가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그동안 대한민국 보훈정책은 군사원호에서 예우와 보상으로, 호국유공자에서 독립, 민주유공자, 공무수행 유공자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아직 그분들의 공적과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 "이제 한 걸음 더 나가겠다"며 "국회가 동의해준다면, 국가보훈처의 위상부터 강화하겠다.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다.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그 가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애국심을 바칠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라며 "애국이 보상받고, 정의가 보상받고, 원칙이 보상받고, 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어 나갑시다. 개인과 기업의 성공이 동시에 애국의 길이 되는 정정당당한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 강한 안보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주제하에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는 전몰군경과 순직 경찰·소방공무원 유족, 국가유공자, 시민, 학생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전국적으로 울리는 사이렌에 맞춰 1분 동안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해 묵념하는 것을 시작으로 헌화·분향, 영상 상영, 추념사, 국가유공자 증서 수여, 공연, '현충의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군 복무 중 지뢰 폭발사고로 다친 김경렬(22) 육군 상병을 비롯한 5명이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았다.

국립대전현충원과 전국 충혼탑을 포함해 전국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에서도 추념식이 열렸다.

[ⓒ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