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반기문 전 총장 오찬…한미정상회담 전략 등 논의
윤용
| 2017-06-02 21:09:12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국내 정치는 소통을 하며 풀어가면 되지만 외교 문제는 걱정이고 당면 과제이니 반 전 총장님이 경험과 지혜를 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반 전 총장은 "외교도 국민의 총의를 참작하셔서 풀어가면 된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어 어려움이 많이 따르는데,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간 현안은 현안대로 풀고, 또 다른 부분도 함께 풀어가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반 전 총장과 약 1시간 50분간 오찬을 하며 당면한 외교 현안을 의제로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반 전 총장에게 "앞으로도 "새 정부의 외교 정책수립과 외교현안 해결에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 상황 등 힘든 여건에 처해 있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겠지만 지금 국민의 지지도가 높고 잘 하고 계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에서 만난 정부 인사들도 주로 전 오바마 정부 인사들이긴 하지만, 한국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면서도 취임 초부터 국민의 지지를 높게 받고 있는 새 정부에 대해 기대가 많다"고 인사를 건넸다.
오는 6월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정중하고 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좋다. 북핵에 대한 한미 간의 공통분모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한미동맹이 초석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핵문제를 포괄적, 단계적, 근원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은 미국과 같은 입장"이라며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초기에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북한에 원칙적 자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성명을 보니 매우 적절한 수준이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러나 또한 대북관계 물꼬를 트는 일도 중요한데 이는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접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활용하는 등 이견이 적은 비정치적 방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반 총장은 또 "주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잘 활용해 문 대통령의 생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이 유엔사무총장 재직시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지속가능발전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의 노후화력발전소 셧다운(일시중단) 지시를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유엔 차원의 지속발전가능이 한국의 지속가능발전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이 분야를 종합관장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게 어떠냐"는 정책제안도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새 정부 외교 정책 수립과 외교 현안 해결에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했고 반 전 총장은 "대통령님 말씀이 계시지 않아도 연설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이런 입장을 널리 전파하고 있고, 언제든 대통령님과 새 정부의 자문 요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청와대에 도착하며 기록한 방명록에 "모든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시면서 활기찬 새 시대를 열어 가시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와 축하를 드립니다. 국제사회에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시고 한반도의 평화통일 달성에 큰 위업을 이룩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2017년 6월 2일 반기문"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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