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 메시지 "정권교체 아닌 정치교체로 국민대통합 이룰 것"

윤용

| 2017-01-12 21:58:33

13일 국립현충원 참배·14일 충북 방문…박연차 의혹 관련 "진실과 전혀 관계없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내외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유력한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0여년의 유엔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귀국했다. 반 전 총장은 12일 오후 아시아나항공편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입국장 앞에는 반기문 지지층 수백명이 나와 반 전 총장을 반겼다.

귀국 후 그가 발표한 첫 메시지의 핵심은 '국민대통합'과 이를 위한 '정치교체'였다. 이른바 '박연차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 모든 것이 진실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 반기문 "국민대통합 이뤄야…정권교체 아닌 '정치교체' 필요…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귀국인사를 통해 그는 유엔에서의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전쟁의 참화를 통해서 우리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가 느꼈고,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가는 것도 손수 보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우리의 안보, 경제, 통상에 많은 영향 미칠 것"이라며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서 여기에 따르는 대책을 수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반 전 총장은 "10년만에 고국에 돌아와 조국인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제 마음이 대단히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면서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국제적 위상 뒤에는 그만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누워있는 걸 알았다"고 꼬집었다.

경제부진, 사회 부조리 등을 언급하면서 반 전 총장은 "민생이 이런데 발전이 무슨 소용인가, 부의 양극화와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면서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권과 기득권, 더 이상 안 된다"면서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가 책임이 있다,이들 모두 책임감,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겪은 여러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젊은이들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서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면서 "내일부터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갖고, 겸허한 마음으로 사심없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우리 사회의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해법을 같이 찾아야 한다"면서 "나라와 사회가 더 분열되는 건 민족적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라며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역사는 2016년,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낸 기적, 좋은 나라를 위해 하나가 됐던 좋은 국민을 기억할 것"이라며 촛불 민심을 특히 강조했다.

◆ "박연차 의혹, 제가 왜 등장했는지 알 수 없어…50년간 양심에 부끄러운 일 없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반 전 총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왜 제 이름이 거기 등장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제 말씀이 진실에서 조금도 틀림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해당 의혹과 언론보도를 향해 "그동안 저의 경험과 시련을 정치 참여를 통해서 조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저의 순수하고 참된 소박한 뜻을 왜곡, 폄훼하는 것"이라며, "지난 50여년 간 대한민국에서, 유엔에서 국가와 민족, 세계와 인류를 위해 공직자로서 일하는 가운데 양심에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유엔 결의안 중 선출직 참여 금지 조항이 있는 데 대해서는 "공식적 답변은 유엔 당국에서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엔 측으로 유권해석을 돌렸다.

공직선거법상 출마 조건에 부합하느냐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분명히 자격이 된다고 유권해석을 했는데도 제기가 자꾸 나온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고 공정한 여론이 아니다"라며 "이런 문제를 자꾸 제기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문제를 자꾸 일으키려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는 너무 근시안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과거 직시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방향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날 공항은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대거 몰리며 반 전 총장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반사모)' 등 지지자들은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 발표 중간중간마다 '옳소!', '총장님, 고생하셨습니다!"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한편 반기문 전 총장은 "내일부터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가질 계획이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겸허한 마음으로 사심 없는 결정을 하겠다"면서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까지 이동했다. 이후 승용차를 타고 자택이 있는 사당동으로 귀가했다.

또한 반 전 총장은 첫 대선행보가 시작되는 이튿날인 13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할 예정이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방침이다. 참배 후에는 사당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주민신고를 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에 실무준비팀과 보좌팀와 상견례를 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는 14일엔 충주에 거주중인 모친을 찾고 현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 뒤 고향인 충북 음성 부친 선영에도 들를 예정이다. 음성 꽃동네도 방문한다. 이어 충주시민과 인사하는 시간을 갖고 가족 친적들과 저녁을 함께할 예정이다. 15일에는 서울로 올라와 실무진들과 회의를 하고 개인적인 휴식에 들어간다.

<다음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귀국 메시지 전문>

대단히 감사하다. 날씨도 춥고 저녁 시간에 이렇게 따뜻하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그토록 고대하던 고국의 품에 돌아왔다. 감사하다.

저는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인류의 평화와 약자의 인권보호 가난한 나라의 개발 기후변화 양성평등을 위해서 지난 10년간 노력했다.

지난 10년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 전쟁의 참화를 통해서 우리의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고 또 이런것이 국민의 삶에 중요한지 알게 됐다. 성공한 나라는 왜 성공하고 실패한 나라는 왜 실패했는지 알았다.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것을 손수 봤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환경, 안보는 국제통상에 많은 문제를 끼치고 있다. 북한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여기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10년만에 고국에 돌아와서 조국 대한민국을 돌아보면서 마음이 무겁다.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누워있는 것을 알았다. 나라는 경제는 활력을 잃고 사회는 부정의 부정의로 얼룩졌다.

젊은이는 꿈이 꺾이고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관이다. 민생이 흔들리면 발전이 무슨 소용있겠나. 부의 양극화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 패권과 기득권 더 이상 안 됩니다.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가 책임있다. 이들 모두 책임감 남을 생각하는 배려와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자신감을 갖고 미래의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쌓은 경험과 식견을 갖고 젊은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길잡이가 되겠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이 난국을 이겨낼 수 있다. 우리 민족에게는 국난을 당할 때마다 슬기와 용기 단합된 힘으로 이겨낸 유전자가 있다.

그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쌓은 식견을 어떻게 하면 나라를 위해 쓸지 고민했다. 많은 분들이 제게 권력 의지가 있냐고 물었다. 그분들이 말하는 권력의지가 이 통일된 나라를 하나로 묵어서 세계 인류 국가로 만들 의지가 있다면 저는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되있다고 이미 말씀드렸다.

그러나 그분들이 말하는 권력의지가 소위 남을 헐뜯고 권력을 쟁취하겠다 그런것이 권력의지라면 저는 권력 의지가 없다. 오로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다고 하면 저는 하겠다. (환호에 답하며)고맙다. 지극히 편파적인 이익을 앞세워서 일부 인사들이 보여준 태도는 유엔과 제 가슴에 큰 상처와 실망을 안겼다. 이 어려운 시기에 헌신하고자 하는 저의 진정성 또 유엔의 이상까지 짓밟는 이런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10년간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며 경험하고 보면서 압제에 신음하는 이들을 보고 그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됐다.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됐다. 어딜가든 그 사회 지도자가 마땅히 해야할 일을 촉구했다. 이제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우리 사회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지에 대해서 그 해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

조건은 뭐가 중요하냐. 다 대한민국 한나라 한 민족이다. 나라와 사회가 더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이다. 우리에겐 더 시간을 낭비할 때가 없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돼야한다. 유감스럽게도 안타깝게도 정치권은 오직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진다. 정말 개탄할 일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의 귀국 즈음해서 여러 얘기가 떠돌고 방송과 신문에 보도되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진실과는 관계없다. 그간의 저의 식견을 정치에 참여 하겠다는 저의 순수한 뜻을 왜곡하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유엔에서 국가와 민족 세계 인류를 위해서 공직자로서 일하면서 양심에 반하는 일은 안했다. 저는 그동안 귀국 후 국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내일부터 그 기회를 갖겠다.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사심없는 결정을 할 것. 그 결정은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역사는 2016년을 기억할거다. 광장의 민심이 만든 기적,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 광장의 민심을 잊어선 안 된다. 정유년 새해 우리의 민심은 희망을 향하고 있다.

진짜 좋은 나라 좋은 국민을 위해서 우리 같이 노력합시다.

저는 아까도 말했듯이 한국 국민이 과거 수많은 위기를 당하면서 그때마다 우리 국민 특유의 저력을 봤다, 국민의 애국심을 깊이 믿는다.

저는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견이 있고 다툼이 있지만, 이런 정쟁을 중단하고 뜻과 결의를 발휘한다면 마치 아침 태양이 어둠을 뚫고 솟듯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 여러분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것이 없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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