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회법 거부 결정된 바 없다…상시 청문회법 정부 이송"
윤용
| 2016-05-23 15:21:18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청문회 개최요건을 완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23일 정부로 이송됐다. 이에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청와대는 23일 상시 청문회 개최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시 청문회'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는지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는거 같은데 아직 어떻게 한다 결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넘어온 날을 기준으로 15일 이내에 이의가 있을 시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당시에는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이 본회의에 불참해 재의결 자체를 무산시켰지만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22석에 불과하다. 결국 표대결로 갈 수 밖에 없는데 더불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의 의석수를 감안할 때 새누리당에서 30명 가량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재의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만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재의결이 이뤄진다면 자칫 레임덕(권력누수)을 스스로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다. 협치(協治)라는 기조가 무색하게 20대 국회와 시작부터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점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기류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필두로 여당 내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과 함께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신중한 분위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거부권과 관련해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박 대통령의 25일 해외순방을 앞둔 시점에서 법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2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국무회의도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박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 거부권 행사를 위한 별도의 임시국무회의를 황교안 총리 주재로 연 뒤, 박 대통령이 해외에서 전자결재로 재가하는 수순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도 국회에 지나치게 강경대응한다는 점이 크게 부각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6월 5일 이후 거부권을 행사하면 졸속 논란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지난해 6월의 경우처럼 이른바 '삼권분립'의 문제가 아닌, 국회운영에 관한 문제여서 위헌소지를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무리라는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국회 심판'을 내세웠던 총선에서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국회를 강경 압박하는 것으로 흐를 경우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은 암초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각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국회의 재의결로 좌절된다 해도 박 대통령이 잃을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대 야당이 힘으로 박 대통령을 굴복시키는 모습을 보이면 동정론이 일어 오히려 여소야대 국회가 국민적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박 대통령에게는 거부권 행사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박 대통령은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된 다음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국회로 넘기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개정안이 이날 정부로 넘어왔으니 6월7일까지는 거부권 행사를 고민할 시간이 남아 있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국빈방문에 나서는 박 대통령은 순방 기간 국내 여론 동향을 살피면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롭게도 거부권 행사의 데드라인인 다음달 7일은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국무회의가 예정된 날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한 뒤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정 대변인은 북한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가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한 것에 관해 "어제(22일) 관련 부처에서 입장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입장으로 보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입장 자료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최우선돼야 한다"며 북측 인민무력부의 제의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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