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미국서 유엔기후정상회의 기조연설…"녹색기후기금 기여 1억달러까지 확대"
윤용
| 2014-09-24 11:52:17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캐나다 국빈 방문에 이어 미국 뉴욕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전 유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로 인식하고 에너지 신산업에 적극 투자한다면 세계는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유엔 데뷔 무대의 성격을 띤 이날 회의에서 영어로 진행한 이러한 내용의 기조연설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노력과 비전을 소개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들의 기술과 경험 지원을 촉구했다.
이번 기후정상회의는 취임이래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과제로 삼고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5년 신(新)기후협정의 타결을 촉진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기 위해 개최됐다. 박 대통령의 기조연설은 전 세계 116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행사 중 반 총장이 주재한 1세션에서 이뤄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2100년까지 2도씨 상승 억제라는 인류의 공동의 목표를 이루려면,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역량과 여건에 부응하는 기여를 해야만 한다”며 “한국은 GCF,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의 국제기구들과 협력하여, 우리의 성공사례와 새로운 사업모델들을 국제사회에 소개하고, 개도국들에 확산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한국의 성공사례와 관련해 “한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압축 성장을 이루면서도,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경제와 환경의 조화를 추구해 왔다”며 “어려운 시기에 경제 발전에 매진하면서도, 매년 식목일과 육림의 날까지 지정해서 산림녹화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한때 벌거벗은 붉은 산이었던 전 국토가 푸르러져서 산림 복원의 성공국가가 될 수 있었다"며 "한국 정부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창조경제의 핵심분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5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국민이 아낀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시장도 열어서 모든 국민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GCF 사무국 유치국인 한국은 개도국 역량배양을 위해 이미 4천만 달러의 신탁기금 지원을 약속한 바 있으며 사무국 운영경비 등으로 900만달러 지원을 약속하는 등 4천900만달러 지원을 약속하거나 출연했다.
이와 함께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부담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 ▲기술과 시장이 기후변화 대응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 ▲기후변화 대응은 선진국 뿐아니라 개도국들도 함께 참여해야만 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에너지 기술혁신을 이뤄내는 것은 쉽지않다"며 "혁신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시장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민간부문이 기술개발과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개도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관련기술에 투자하고 시장을 육성할 수 있도록 선진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도 촉구했다.
<다음은 박근혜 대통령 UN 기후정상회의 기조연설 전문>
존경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 그리고 각국 지도자 여러분, 오늘날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닥친 위기이자 도전입니다.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폭염과 폭우, 한파와 같은 기상이변은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서 강조하셨듯이 기후변화는 21세기 최대문제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응해 나가야만 합니다.
각국 지도자 여러분,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압축 성장을 이루면서도,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경제와 환경의 조화를 추구해 왔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경제 발전에 매진하면서도, 매년 식목일과 육림의 날까지 지정해서 산림녹화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한때 벌거벗은 붉은 산이었던 전 국토가 푸르러져서 산림 복원의 성공국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창조경제의 핵심분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에 전력저장장치(ESS)를 붙여 24시간 사용하고, 스마트 그리드 기술로 전기차를 작은 발전소로 활용하는 기술이 한국의 대표적인 에너지 신산업 사례들입니다.
또한, CCS(탄소포집과 저장), 제로에너지빌딩 등 신기술을 활용한 신산업 창출에 박차를 가하며,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하여 바이오 가스를 만들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타운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2015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국민이 아낀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시장도 열어서 모든 국민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각국 지도자 여러분, 저는 기후변화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열쇠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기후변화 대응을 부담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입니다. 처음엔 털끝만한 생각의 차이가 나중엔 천리만큼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부담으로 생각하느냐, 기회로 생각하느냐 하는 작은 차이가 나중엔 엄청나게 큰 차이를 가져올 것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로 인식하고 에너지 신산업에 적극 투자한다면, 세계는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져서 끝난 게 아닙니다.
둘째, 기술과 시장이 기후변화 대응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의 노력만으로 에너지 기술혁신을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혁신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시장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민간부문이 기술개발과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기후변화 대응은 선진국 뿐 아니라 개도국들도 모두 함께 참여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입니다. 그러나 개도국들에게 온실가스 감축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개도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관련 기술에 투자하고 시장을 육성할 수 있도록 선진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각국 지도자 여러분, 2100년까지 2도씨 상승 억제라는 인류의 공동의 목표를 이루려면,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역량과 여건에 부응하는 기여를 해야만 합니다.
우리나라도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체제 하에서의 기여 방안을 내년 중에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의 국제기구들과 협력하여, 우리의 성공사례와 새로운 사업모델들을 국제사회에 소개하고, 개도국들에 확산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기후변화협약체제 하에서 중추적 재원기구로 출범한 GCF에 대한 조속한 재원충원은 2015년 새로운 기후체제가 출범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인만큼,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GCF에 약 5천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하여 출연하고 있고, 이를 포함하여 앞으로 최대 1억 달러까지 GCF에 대한 기여를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반 총장님, 그리고 세계 각국 지도자 여러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단 하나뿐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입니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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