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회장 '낙제 발언' 공식해명

김태수

| 2011-03-16 16:41:18

청화대 정부 여당 곳곳에서 반발, 진화에 나서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시사투데이 김태수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끝내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이 정부 정책을 평가하면서 언급한 '낙제' 발언과 관련, 삼성이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해명에 나섰다. 이 회장의 '낙제' 발언과 맞물려 이 회장의 '이익공유제' 비판에 대해 청와대 정부 여당 곳곳에서 반발 기류가 커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16일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이건희 회장께서 지난 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 발언에 대해 "진의가 그게 아니었는데"라며 매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그래도 계속 성장해 왔으니까 낙제 점수는 아니겠지 않느냐. 과거 10년에 비해서는 상당한 성장을 했다고 본다"며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평가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 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가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같은 이 회장의 발언이 전해진 이후 청와대와 정부·여당 등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청와대에서는 "매우 듣기 거북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당혹스럽고 실망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회장 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 장관은 "정부 정책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기업 총수가 낙제 운운하는 것은 서글프다"며 "정부의 어떤 정책이 낙제 기준을 맴돌았는지 지적해준다면 수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도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누구보다 경제회복의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 총수가 그런 발언을 한데 대해 의아하다"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또 이 회장의 이익공유제를 비판에 대해서도 "이익공유제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의발언은 지나쳤다"며 "영향력이 있는 분들은 발언의 파문을 고려해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바 있다.
김 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앞으로도 삼성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동반성장에 대해서는 이 회장의 뜻도 강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날 사장단 회의에서 나온 김순택 실장의 전언은 더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이같은 '이상 기류'의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사장단회의에서 이 회장의 '이익공유제' 비판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이 회장 발언 이후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정부 여당의 반발기류가 계속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이번 파문이 수그러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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