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드라마 비속어 남용 상반기보다 50% 증가
김규리
| 2010-10-18 11:08:25
[시사투데이 김규리 기자] 국립국어원이 공중파 텔레비전의 드라마에서 쓰인 국어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번 분석 대상 드라마는 9월 한 달간 방송된 KBS(바람 불어 좋은 날), MBC(황금 물고기), SBS(세 자매) 등 방송 3사의 일일 드라마 총 63회분이다.
그 결과, 비속어와 차별적 표현 등의 사용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드라마를 대상으로 지난 5월에 1차로 조사해 분석한 결과와 비교하면 약 50%가 증가해 방송 언어 환경이 오히려 악화되었음이 드러났다.
차별적 표현, 인격 모독 표현, 폭력적 표현, 비속어, 욕설 등을 대분류로 삼아 분석한 결과 총 285건의 저품격 방송언어 표현이 조사되었다. 비속어가 76.1%로 가장 많았고, 차별적 표현이 20.4%로 뒤를 이었는데 차별적 표현의 12.4%가 연령, 84.3%가 성별과 관련된 것이었다.
인격 모독 표현은 2.2%였으며 폭력적 표현, 직접적인 욕설은 상대적으로 드물게 나타났다. ‘황금물고기(MBC)'가 176건으로 가장 많았고, ‘바람불어 좋은 날(KBS)’ 65건, ‘세자매(SBS)’ 44건 순으로 나타나서 5월 조사와 순위가 바뀌지 않았다.
‘바람불어 좋은 날(KBS)’과 ‘세자매(SBS)’에서 조사된 저속한 표현의 수가 5월 조사 결과와 비슷하거나 줄어들었지만 ‘황금물고기(MBC)'의 저속한 표현이 150% 증가해 전체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방송언어의 품격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 필요
지금까지 많은 국어 관련 단체와 대내외 심의 기구에서 방송언어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왔지만 어문 규정을 중심으로 한 이분법적 분석이나 방송의 특성을 간과한 대안 없는 비판으로 방송 현장 및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은 4월부터 7월까지 매달 장르를 바꾸어 시청자들이 즐겨 보는 방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방송언어의 품격에 대한 1차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실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온 구체적인 표현과 이에 대한 대안을 정리해 조사 결과를 제작진에 전달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결과, 국립국어원의 분석 결과를 편집에 반영하기로 한 프로그램도 있고, SBS에서는 예능국 제작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방송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그러나 9월에 조사한 일일 드라마에서 5월 조사의 두 배에 달하는 저속한 표현이 조사돼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국립국어원은 이번에 발표하는 일일 드라마에 대한 2차 분석에 이어 10월에는 체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2차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방송의 현장성과 열악한 방송 여건을 생각할 때 지적된 사항이 모두 수용되기는 어렵겠지만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방송언어의 품격이 점차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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