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환자도 공무원 될 수 있다
정명웅
| 2010-07-12 09:51:44
[시사투데이 정명웅 기자] <사례1> “저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병원 진단을 받았지만 꾸준히 병원에 다녀 지금 제 건강은 너무 좋고, 의사선생님께서도 정상수치라고 합니다. 다만, 어려서 꿈꿔온 교사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가 얼마전 공무원신체검사 기준을 보니 ‘백혈병’이 불합격 사유로 있더라구요...정말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꿈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A씨, 여)
<사례2> “현재「공무원 채용신체검사 규정」에 ‘질병명’으로 제시된 심장․혈관 및 순환기계통의 불합격 판정기준은 질병의 진단 그 자체만으로는 불합격 판정기준이 되기에는 어렵고,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경우로 한정해 각각의 경우 해당 전문의의 판단이 필요함”(대한흉부외과학회)
앞으로는 백혈병이나 심부전증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로서 완치되지 않은 경우라도 꾸준한 치료를 통하여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면 공무원 채용신체검사에 합격하는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자의 공직 진입 기회가 보다 확대된다.
행정안전부는 현재 단순 ‘질병명’만으로 되어 있는 공무원 채용신체검사의 일부 불합격 판정기준을 '실제 업무수행 가능성 여부‘를 중심으로 판정하도록 개정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공무원 채용신체검사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12일부터 입법예고한다.
이는 현대의학과 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 치료가 불가능했던 질환의 완치 또는 회복이 가능해짐에 따라, 현재의 치료여건에서 일부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불합격기준을 개정함으로써, 정상적인 업무수행과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자들의 공무담임권을 보장해주고, 나아가 공공기관 등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확대해주기 위한 것이다.
「공무원 채용신체검사 규정」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일반직 공무원 뿐만 아니라, 교원․경찰 등 특정직 공무원과 국회․법원의 헌법기관 등 거의 모든 국가공무원을 신규 채용하는데 있어서 신체검사의 기준으로 준용되고 있고,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도 직원 채용시 준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63년도에 제정된 이래로 1984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개정되지 않아서 그간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의학과 치료기술을 적절히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일례로, 현재 신체검사 불합격판정기준에 해당하는 '백혈병' 환자라도 급성백혈병은 골수이식이나 항암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가능하고, 만성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글리벡 등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공무원 채용신체검사에 불합격하는 문제로 인해 그간 각계에서 해당 규정의 개정 요구가 있어 왔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현행「공무원 채용신체검사 규정」의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기준에 대하여 지난 3월부터 ‘대한의학회(20여개 회원학회 포함)’ 등의 의학자문을 통해 그 적절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거쳐, 현재 ‘심부전증’, ‘백혈병’, ‘뇌 및 척수종양’ 등과 같이 ‘질병명’만으로 되어 있거나, ‘심한 동맥류’, ‘중증 재생불능성 빈혈’ 등과 같이 ‘단순 질병의 정도’만으로 규정된 불합격 판정 기준 14개 항목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업무수행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신체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행 불합격 판정기준에 제시된 질병을 앓고 있는 자도 꾸준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한 경우에는 공무원 임용시 불이익이 없어진다.
또한, 약물조절을 통해 일반인과 사회활동에 큰 차이가 없어서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기준으로 부적합하다고 지적된 '거대결장․게실염․회장염․궤양성 대장염'을 불합격 판정기준에서 삭제했다.
장애인 인정기준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일부 저시력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시력 기준을 현행 ‘교정시력 0.3이하’에서 ‘교정시력 0.2이하’로 낮추는 등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기준 총 14개 분야 60개 항목 중 6개 분야 18개 항목을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피검사자가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채용신체검사서에 합격 또는 불합격의 판단근거를 상세히 기술토록 하여 채용신체검사기관의 책임성을 담보할 예정이다.
또한, “공무원 채용신체검사는 채용시험 최종 합격 후 임용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절차이어서, 이번 개정안이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9월경부터 효력을 발생할 것이므로, 올해 실시되는 국가직 공채시험 최종 합격자는 새로운 개정안을 기준으로 신체검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행안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하여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는 “그동안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백혈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공무원 시험을 포기해야 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그간 꾸준한 치료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백혈병 환자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자들이 안심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조윤명 행정안전부 인사실장은, “현재 대부분의 공공기관도 채용시 「공무원 채용신체검사 규정」을 준용하여 신체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이번 개정안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대부분 자체 기준으로 채용신체검사를 실시하는 민간기업까지 개정안의 취지가 전달되어, 각종 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다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