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첫 삽”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박차

정성길

news25@sisatoday.co.kr | 2008-06-11 10:24:03

2008년 6월 10일 아시아문화전당 기공식 2012년 5월 개관 예정 기공식 축문읽는 유장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은 6월 10일 구 전남도청 부지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현장에서 유인촌 장관을 비롯해 박광태 시장, Mustapha KHAMMARI (무스타파 카마리) 주한 튀니지 대사, Kamal Prasad KOIRALA (카말 파라세드 코이라라) 주한 네팔 대사, 문순태 조성위원,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 등 국내 정·관계 주요인사,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장과 지역주민 등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 날 기공식은 평화를 위한 기원무와 길닦음 행사, 그리고 하늘을 향해 기원을 올리는 고천행사로 시작됐다. 광주 풍물패 얼쑤가 흥겨운 풍물 소리로 판을 펼치고 이어 호남우도농악 김동언 명인이 설장고 놀이로 분위기를 환기시킨 가운데, 풍물패 반주와 태평소, 구음과 함께 홍보관 옆 무대에서 기원무가 펼쳐져 참가자들의 흥을 돋웠다. 특히 유 장관을 비롯하여 참석 내외귀빈과 시민들 800 여명은 길닦이 행렬에 참가, 하얀 광목천을 밟고 도청 건물을 지나 행사장으로 입장하며 다함께 성공적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과 운영을 기원했다.

유 장관은 하늘과 땅에 고하는 축문을 통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으로 문화의 겨자씨가 뿌려진 광주가 문화예술인들의 열린 마음과 열정으로 풍성히 채워지길 바란다”고 바람의 말을 가늠했다.

기공식 본 행사에서는 문순태 조성위원회 부위원장의 축사, 광주광역시 박광태 시장의 환영사에 이어 지난 2005년 국제 건축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우규승 설계자가 시민들에게 ‘빛, 기억, 마당’의 개념을 도입한 ‘빛의 숲’ 설계 개념을 바탕으로 전당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아시아문화전당의 3D 동영상 상영을 통해 미래에 완공되는 아시아문화전당의 모습을 살펴본 후 발파식이 열렸다. 이어 유 장관을 비롯해박광태 광주광역시장 및 광주·전남 지역 정·관계 주요인사, 각 국 대사, 지역주민 등 800 여명이 하나로 어우러진 ‘아시아 문화터 다지기’를 통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와 문화전당의 밝은 미래를 기원했다.

아시아문화의 소통·교류·창조·향유 등이 이루어지는 전당은 빛, 숲 등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동양의 정신을 표현한 건축개념으로 광주의 빛고을이란 어원처럼 전당 전체를 빛으로 환하게 밝히며 아시아 문화의 숲을 이루게 된다.

우규승 설계자를 비롯해 희림과 삼우 건축사무소가 함께 참여해 설계한 전당은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기억을 위해 지상은 공원화하고 구 전남도청 등의 건물은 보존하는 한편 전당의 새로운 시설물들은 기존 지표면보다 낮게 배치하여 다른 문화시설과의 차별화를 기했다.

‘빛의숲’이란 타이틀처럼 건물 안에서는 밖의 경관을 볼 수 있으며 천창 개념을 도입, 낮에는 자연채광을 받아들이고 밤에는 불빛이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기존 도시와 연계하여 약 12만8621㎡의 대지에 건립하여 모든 공간이 열린 도심공원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빛과 기억을 담은 전당에 한국 전통의 마당 개념을 도입하여 자유로운 소통과 아시아의 창조적인 모습을 담는다.

대지 한 가운데 아시아문화광장을 중심으로 ①민주평화교류원, ②어린이지식문화원, ③아시아문화정보원 ④아시아문화창조원, ⑤아시아예술극장 등 5가지 핵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당의 방문객들이 처음 접하는 민주평화교류원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역사적인 장소인 도청과 경찰청 사이에 아뜨리움 형태의 방문자센터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어린이지식문화원은 주변 비역을 향한 투명성을 드러내며 참여와 대화를 통한 교육활동으로 지역 사회의 발전을 도모한다.

지붕은 공원으로 형성하며 교육문화콘텐츠개발센터와 어린이 박물관을 통해 미래의 근간이 될 어린이들에게 문화적 지식을 알려주는 장소를 제공한다.

아시아문화정보원은 1층에는 광장과 접하는 부분에 라이브러리파크를 구성하는 등 현대적인 도서관 개념을 담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제공되며 아시아 문화의 이해와 체험,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아시아 문화의 창의적 소재들을 발굴하여 첨단 제작 기술을 통해 제작하는 아시아문화창조원은 문화콘텐츠창작기획센터, 복합전시관 등으로 구성된다. 복합전시관의 경우 약 5천 명 정도가 수용이 가능한 곳으로 야외 공연장으로 활용도 가능하다.

아시아예술극장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대표적인 공연 공간으로, 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이동 무대와 이동 객석으로 활용도를 높인 대극장과 6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극장으로 이루어져 문화예술 공연장으로써의 그 기능을 높였다. 예술극장은 공연예술 제작, 실연, 유통이 동시에 이뤄지는 팩토리 샵 개념으로 운영된다.

개관 전까지 운영체계와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개발·실행 단계인 2009년까지 전당 세부 운영계획 연구 및 콘텐츠 계발에 집중하고 시범가동단계인 2010부터는 시설별 개관과 운영 준비, 그리고 각 시설별 시범 운영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2012년 5월 정식 개관을 통해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가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문화발전소로서 아시아의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의 문화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정성길 기자

2008년 6월 10일, 무자(戊子)년 무오(戊午)월 신사(辛巳)일.

하늘과 땅에 고하옵니다.

존경하는 국민과 사랑하는 광주시민,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과 함께

삼가고 또 삼가는 마음으로 고하옵니다.

지금 ‘빛 고을’ 광주에 작은 씨앗하나 뿌리옵니다.

문화의 겨자씨를 뿌리옵니다.

콩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상록수처럼 늘 푸르며, 포도처럼 달디 단 열매를 알알이 열리게 해 주시옵소서.

이 곳이 세계를 향한 문화의 창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늘과 땅이시여.

세월은 흐르고 절기는 넘어가 산과 들이 온통 푸르옵니다.

사람들이 인정을 나누고 얼굴 부비며 사는 세상이 참 푸르옵니다.

강산과 사람 모두 푸르른 이 곳에서

아시아문화전당의 첫 삽을 뜨는 저희들의 마음 또한 푸르옵니다.

이번 정성을 바치는 데 많은 분들이 힘을 쏟으셨으니,

그분들께 소나무와 같은 늘푸름을 나누어 주시옵소서.

광주시민 여러분, 박광태 광주시장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관계자들께 축복을 주시옵소서.

그리고 문순태 부위원장님. 당신께서 쓰신 소설 ‘징소리’처럼 이 곳이 인간의 품위를 고양시키는 진원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징소리는 모든 소리를 살리고, 모든 소리를 한데 모아 넓고 깊게 울려 퍼뜨립니다.

문화는 인간 삶의 징소리입니다.

이 곳에서 산출한 문화가 인류의 징소리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하늘과 땅이시여.

아시아문화전당은 땅 밑에 세워지옵니다.

빛고을의 밝음이 땅 속 깊이 스며야 하지 않겠습니까.

온기를 머금은 땅 속의 훈훈함이 세상의 윗목까지 덥혀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화는 달빛과 같습니다.

수면에 파동을 내지 않은 채 호수 깊이 비추는 달빛처럼.

문화는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은은하게 비춰줍니다.

거기에 어울리는 건물은 나 홀로 우뚝 선 건물이 아닐 것입니다.

거기에 어울리는 건물은 하늘이 곧 땅이고, 땅이 곧 하늘인 건물일 것입니다.

천정이 통째로 달님이고, 벽이 통째로 바람이며, 바닥이 통째로 구름인 건물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건물이 통째로 소통의 창문이어서 누구나 새로운 생각과 말과 행위를 주고받는 곳이 될 것입니다.

문화는 위 아래 따로 없이 스며드는 우리 삶의 공기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활짝 열려 있으면서도 가장 밀도 있는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과거와 미래가 몸과 마음을 부비고 섞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드러냄 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라만상을 키우는 대지의 마음이 바로 아시아문화전당, 광주의 마음입니다.

하늘과 땅이시여.

이곳은 문화예술인들의 전당입니다.

이곳에서 세계를 비추는 아름다운 에너지가 뿜어 나오도록 도와주소서.

이곳이 국경을 넘어 인종을 넘어 문화예술이 파도치는 푸른 바다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곳이 문화예술의 실험과 시도들이 메아리치는 푸른 산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공손한 마음으로 기원하나이다.

부디 광주가 문화예술인들의 열린 마음과 열정으로 채워지기를 기원하나이다.

부디 광주가 다툼이 없고 온기로 가득한 평화의 터가 되길 기원하나이다.

부디 광주가 풍요와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기원하나이다.

그렇게 되기를 빌고 또 비나이다.

2008년 6월 10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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