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악질여사'끊임없는 인생 도전기
홍선화
news25@sisatoday.co.kr | 2007-09-21 09:51:19
지난 9월18일 오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센터에서 삶과 사랑, 좌절, 실패, 후회, 도전, 성공에 대한 이야기로 명사초청강연회를 가졌다.
가수 강월래(6/27),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7/5), 소설가 공지영(8/8)에 이어 강연회 마지막 주인공은 개그우먼 김미화. 강연 내용은 자신의 삶을 진솔한 얘기로 풀어가며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후배들에게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줬다.
1983년 KBS 개그컨테스트로 방송계에 입문한 김미화는 고달프고 힘들었던 신인시절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김미화는 “방송생활 25년 동안 어렵고 고통을 받는 일이 있었을 때도 방황하거나 일에 대해 포기한 적이 없었다. 80년대의 개그계는 남성 중심적이어서 2년 동안 캐스팅이 잘되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자신이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에 예전의 직장생활로 돌아갈까 갈등을 했지만 그럴수록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니 그때부터 인정을 해주더라”고 했다.
김미화는 1986년 결혼과 동시에 KBS 2TV ‘쇼비디오자키’에서 방송된 ‘쓰리랑부부’의 순악질 여사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남편과의 불화로 힘든 결혼생활을 해오다 이혼을 결심, 발표하고 결혼 19년의 종지부를 찍었다.
김미화는 “이혼발표를 하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망설이며 이혼을 발표하기 전까지 일에만 몰두한 것 같다. 그러나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이혼을 결심했다. 행복은 잣대를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붕어빵을 팔더라도 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깨달았다”고 한다.
김미화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없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과 비난을 받았을 때의 두려움이 성인이 된 후에도 남아있었다.
또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도덕성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 담당PD에게 미리 설명하며 ‘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자들도 담당PD에게 새로운 진행자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담당PD는 기자들에게 일은 일이고 그것은 사적인 일이다. 진행자 교체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미화는 그때부터 용기를 얻어 다시 살아난 기분으로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나는 행복합니다’를 멜로디로 흥얼거리기도 하고 크게 외치며 긍정적인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택할 일이 생길 때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 살면서 이혼, 가난 등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을 많이 겪었지만 이런 역경 속에서도 힘들었던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긍정적인 기운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다 보니 즐거운 일이 많이 생겨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한다.
한국 코미디계를 이끌어가는 ‘큰 코미디언’의 꿈을 가진 김미화는 1999년 개그콘서트를 기획해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그 성공 뒤에는 타고난 끼, 뛰어난 순발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있었다.
김미화는 두 딸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 공부보단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으로 건강하고 거짓 없이 살기를 원한다.
또한 후배 개그맨들에게도 연기 코치를 하지 않는다. “후배들의 미숙한 개그코너도 옛날의 나를 돌아보며 그 자체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정한다. 나쁜 기운, 나쁜 얘기는 후배들의 사기를 떨어트릴까봐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김미화는 저널리즘과 휴머니즘의 융합 교양토크쇼인 SBS ‘김미화의 U'와 MBC라디오(95.9MHZ)시사프로그램인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며 말솜씨를 뽐내고 있다.
홍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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