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강유미, 생활의 진부함을 끄집어낸 풍자코미디로 승부
박지혜
news25@sisatoday.co.kr | 2006-07-05 10:36:09
특별한 유행어에 의존하거나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 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밌다. KBS TV ‘개그콘서트’에서 ‘강유미 기자’로 변신, 일상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모습을 개그아이템으로 사용해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개그우먼 강유미. 그녀에게 보내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기만 하다.
요즘 개그 프로그램에 푹 빠진 시청자들이라면 강유미에게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을 잘 묘사해 평범에서 비범을 찾아내는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관습을 풍자하고 비트는 수위를 시대상황과 잘 맞추는 것도 그녀의 특기다.
‘개그콘서트’에서 ‘강유미 기자’로 변신할 때도 기자들이 흔히 쓰는 진부한 표현과 행동으로 웃음을 준다. 고개를 과장되게 끄덕이며 “현장의 ○○○만이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라는 대사를 날린다. 애정 어린 관찰력 없이는 불가능한 소재다. 생활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늘 연구하는 모습이 그녀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개그무대에서는 마냥 늠름해 보인 강유미였지만 실제론 예상외로 왜소하고 수줍음 많은 평범한 20대 여성이었다.
“소심하기도 하고 감수성도 예민한 편이에요. 거침없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도 아니죠. 눈치도 많이 보고.” 스스로 자신이 평범하고 조용하다고 평가를 내린 그녀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우먼이 될 생각을 했을까?
“고등학교 졸업 후에 백화점 캐셔 등 직장생활을 하다가 저한테 맞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중국배우 주성치 주연의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아…코미디 영화의 매력이 이런 거구나’하고 느꼈어요. 그러면서 코미디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 무대에선 터프, 평소엔 수줍음 많아
강유미는 예전부터 배우를 꿈꿨다. 경화여중과 경화여상을 다니는 6년 동안 연극반에서 활동했을 정도다. 학교에 여학생밖에 없어서 연극무대에 설 남자주인공은 대부분 그녀의 몫이었다. 하지만 웃음이 많아 웃는 동안 연기를 할 수 없어서 혼도 많이 났다고 한다.
2004년 KBS 개그맨 공채 19기로 데뷔했지만 실제 방송 경력은 2002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위성 방송 KBS코리아에서 방영하던 ‘한반도 유머총집합’은 일반인들이 매주 나와 코미디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3회 연속 우수상을 받으면 정식 연기자 자격을 주어졌다. 강유미는 “이거다 싶어” 직장생활 틈틈이 개그를 준비하여 눈에 띄는 연기로 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한반도 유머총집합’을 통해 인연을 맺은 작가와 KBS TV ‘폭소클럽’에서 함께 일하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그녀는 평소에도 음악을 즐겨 듣고 다른 젊은이들처럼 음주가무를 좋아한다. 줄곧 “저도 평범한 생활을 해요”라고 말하는 그녀지만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기도 하다. 하지만 화면과 실물이 다소 차이가 나니 “진짜 강유미 맞아요? 실물이 훨씬 낫다”라는 말을 들을 때는 속상하기도 하단다.
■ 최종목표는 코미디 영화 제작
그녀는 각종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아동학대 반대’ ‘안티 성폭력 페스티벌’ 등에 참여했다.
“친분관계에서 시작된 활동이었는데 저도 ‘여자이야기’라는 코너를 하면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많이 억압되어 있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일들이 많다는 것에 동의했었어요.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되었어요. 아직까지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방송에 나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요.”
그녀의 최종 목표는 자신이 직접 코미디 영화의 감독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개그콘서트에서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죠.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고요. 물론 최종목표는 제가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직접 코미디 영화를 제작해 극장에 개봉되는 것이에요. 이 작업이 매우 힘들다는 것은 잘 알지만 10년이든 20년이 걸리든 꼭 이루고 싶어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달려가는 강유미. 휴일도 없이 아이디어 회의와 연습이 이어지지만 자신의 꿈에 한발자국이 다가가는 것이라 오히려 행복하기만 하다.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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