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강제철거 그 끝은 어디인가

이철현

silver56@sisatoday.co.kr | 2006-05-08 17:39:44

http://www.sisatoday.co.kr 철거현장

- 함께 철거당하는 서민들은 어디로 -

정부의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발생되는 철거민들의 피해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개발 사업으로 인한 개발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옛날 철거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사태가 지금에도 일어나고 있는 것은 단순하게 넘겨볼 수 없는 일이다. 본 취재팀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군사독재시절에 있을법한 정부의 개발정책에서 드러나는 강제철거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지난 2006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책 없는 강제철거를 금지하라고 정부에게 권고했다. 최소한의 이주대책을 수립한 후에 철거를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이 권고안은 그 동안 정부의 개발사업과정에서 생기는 철거민들의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은 정부가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고 정부는 지금도 곳곳의 개발지역 철거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 원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철거민들과의 문제는 합법을 가장한 불법의 테두리 안에서 강압과 폭력으로 이루어지는 액션 신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그 곳에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다.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로부터 입수한 ‘주거생존권을 잃어버린 국민보고회’ 자료에는 강제철거로 인해 생겨나는 부작용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식사동에서는 철거용역들의 집단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고 주민에게 인분을 강제로 먹이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판교지역에서는 중증환자를 초겨울 새벽에 밖으로 내보내 목숨을 위태롭게 하였고 심지어 인천 향촌지구에서는 주민1명이 사망하였다. 정부의 많은 개발정책으로 인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여 참여정부를 맞이한 공화국 시대에도 어떻게 철거민정책은 선사시대의 원시적인 힘의 논리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하는 것인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이런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가. 폭력 없이 대화를 통한 상생의 개발정책은 없는 것인가. 현재에도 개발지역을 둘러싼 정부와 주민들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철거민협의회(전철협) 중앙회 이호승 지도위원은 철거민문제는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닌 것처럼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철거민대책이 없는 이상 이런 사건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근본적인 철거민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강제철거는 그 누구라도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본 취재팀은 현재 철거가 예정중인 삼선시장을 찾아가 그 곳에서 일하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99년, 서울시의 도시계획사업을 위임받아 성북구가 진행하고 있는 성북천 복원공사를 위해 그 동안 성북구는 복개된 터 위에 세워진 건물들을 착실하게 철거를 해왔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철거대상인 삼선시장 철거를 남겨놓고 있다.

이 곳 삼선시장은 성북천 복원을 위해 철거가 시작되는 그 시점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이곳도 철거를 두고 성북구와 시장상인들의 거친 마찰로 안어울림음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취재팀은 현장에서 취재를 하면서 전국철거민연합회 삼선상가 세입자 철거민 대책위원회(전철련 삼선상가 철대위)의 김상옥 위원장과 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이들은 모두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한 영세 상인들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비록 작은 평수이고 초라해 보일지도 모르는 일터지만 옹기종기 모여 행복하게 잘 살았고 이곳에서 인맥을 형성하여 뿌리를 깊게 내렸다. 이 곳 삼선시장은 이들에게는 삶의 전부인 것이다. 취재팀이 만난 그들의 모습은 비장해 보였다. 단결투쟁이라는 남색 조끼를 입고 구호를 외치는 그들의 투쟁에서는 훈훈함과 인정이 넘쳐나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정이 들었던 삼선시장이 사라지는 것도 슬프고 아쉬운 마음이지만 상황은 그런 마음조차 달래야하는 시간을 주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이 곳 주민들을 포함해 인근 7, 8개동을 통틀어 대표하는 유일한 재래시장인 삼선시장이 없어져야하는 이유와 대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는 성북구의 행동에 분노하고 있었다. 전철련 삼선상가 철대위 김상옥 위원장은 “이 곳 128개의 점포에는 상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살고 있는데 그 인원을 무시하고 있다. 당장 이 곳을 떠나면 새롭게 다시 영업기반을 잡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보상은 어설프기 그지없다. 대화가 선행되는 구청의 성의 있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고 말하면서 이 문제를 덮어두고 복원사업을 강행하는 서울시와 성북구를 맹렬히 비난하였다. 김 위원장은 환경복원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자연과 이곳의 주민들, 그리고 서울시와 성북구가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하지는 않고 오직 자연을 위해 우리같이 영세한 상인들은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북천이 복원되는 도시계획사업, 서울시와 성북구가 손을 잡고 윈-윈 한다는 내용에는 이 곳 삼선시장에서 열심히 장사를 하며 살아온 이들의 피눈물을 요구하고 있었다.

우리는 희생양, 우리의 생존권은 우리가 사수

▲상인들과 점포주들은 성북구청측에 ‘선 대책 후 철거’를 요구했으나 그 절차를 완전히 무시

이는 성북구청측이 철거를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설명회를 열지 않았다는 점에서부터 붉어진 안건. 현재 성북구청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철거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감정평가를 받지 않은 점포에 대해서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 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발송했고 무조건 감정평가를 받고 국가에서 보상해 주는 보상금을 받고 이주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보상도 필요 없다”

보상이 필요 없다면 과연 이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상인들은 성북구청의 안일한 대책에 한숨만 쉬고 있었다. 이들은 성북구청과의 면담을 여러 차례 요구했었다. 이들은 작지만 마음 놓고 편안하게 장사를 계속할 수 있는 영구적인 임대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서울시와 성북구에 호소하고 있다. 수평이동이란 장사하던 터전 근처에 또다시 상가를 올려 이 지역 상인들을 편승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성북구는 모든 절차는 법대로 한다고 밝혔다. 성북구청 주택과의 한 관계자는 “그런 법령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다. 그리고 충분한 보상이 마련되어 있고 이것을 주민들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전철련은 대화를 통해 방법을 모색하면 분명히 길이 있음을 얘기했다. 전철련 삼선상가 철대위 최 모 씨는 지난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한 'Inter-green tubes'라는 작품이 실린 사진과 관련된 글이 담긴 자료를 보여줬다. 이 작품은 서울경제신문 2005년 10월 26일자에서도 크게 기사화가 되었다. 재래시장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새롭게 다시 탄생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충분히 가능함을 명쾌한 해설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최 씨는 다른 한 편으로는 현재 인근에 재건축이 진행 중인 돈암시장에 흡수하여 그 곳에서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는 등 대화를 통해 대책을 모색하면 얼마든지 길이 있다고 말한다. 최 씨는 “이런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북구는 전혀 대답이 없다. 그리고 지역민을 대표하는 지역신문도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고 서울시와 성북구의 전시행정만을 싣고 있어 답답하다”면서 서울시와 성북구가 탁상공론에 젖어 자신들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은 마음을 피력했다.

▲보상의 기준도 터무니없다.

말 그대로 보상의 기준은 문제점이 있다. 보상은 감정평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감정평가도 외주업체 2곳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삼선상가는 1층은 상가 2층과 3층은 아파트 주거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아파트 입주자의 경우 30평대 아파트의 분양권을 받고 모두 이주하기로 되었지만 상인들의 경우 상가를 만들어 주거나 다른 곳으로 입주할 수 있는 입주권을 주지 않았다. 보상금의 책정은 2002년부터 2004년 최근 3년간의 판매매출액 중 최고 높은 매출액이 창출된 3개월을 기준으로 평균을 따져 특히 세입자들에 대한 영업권 보상을 할 예정이다. 이 부분에서도 전철련은 현실을 무시한 보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손에 쥐어지는 금액으로는 도저히 이주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이곳은 점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비슷한 평수에는 보증금과 월세도 비슷하다고 했다. 한 세입자의 말을 들어보면 3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자신의 점포는 보증금 5백만 원에 월22만원, 그러나 도로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옆의 점포는 권리금 3천만 원에 보증금 2천만 원, 월세는 150만원이어서 도저히 이주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근처 다른 점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주비용도 만만치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 4월 21일 프레스센터 7층 환경재단 레이첼 칼슨룸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만난 일산 ‘경기북부 이주대책위원회’ 동형태 5구역장도 세입자들의 이주대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강제철거의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다고 취재팀에게 말했다. 동 5구역장은 “현재 세입자들에는 보상과 이주대책이 전혀 없고 무조건 나가라는 통보만 받았고 아직 이주하지 못한 몇몇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제철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기와 물건은 던져버리고 사람들의 고통은 쓰레기통에 버려지듯 외면당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 동 5구역장은 “우리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편안하고 안락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 그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뿐인데 무엇이 잘못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받은 기자회견문에서도 1989년 당시 분당세입자들이 지금과 똑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당시 세입자들은 방이 한 칸이 있는 집에 보증금 20~50여만 원에 살고 있었지만 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세입자들에게 한 보상은 4인 가족기준 430만원, 그러나 인근 지역의 비슷한 곳은 보증금이 1천만 원~2천만 원으로 도저히 이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 곳도 정부의 강제적인 철거에 주민들은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이대로 진행이 된다면 분명 삼선상가는 강제철거를 당하고 말 것이다. 삼선상가의 상인들은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연배의 분들이 비좁은 3평짜리 단칸의 가게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성북천 복원에만 혈안이 되어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 상인들은 다들 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두려울 것도 없다.”

▲보여지는 정책은 우리에겐 사치일 뿐

성북천이 복원되고 삶의 터전을 잃을 수밖에 없는 철거민들에게 성북천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 관계자는 “우리같이 영세한 상인이 성북천이 복원된다 해서 그곳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비통한 심정을 내비쳤다. 현재 삼선시장 바로 앞에는 성북천 시범복원구간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현재 이곳은 사람들이 찾지 않고 있다. 취재팀이 현장에 갔을 때는 심한 악취와 함께 쓰레기만이 보였다. 맑은 물이 흘러야 할 냇가에는 인근 상가나 집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폐수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냇가 옆에 심어놓은 나무는 사라졌고 밑동만이 있을 뿐이었다. 성북천 복원공사의 마지막 대미는 어떻게 장식될지는 모르지만 시범구간의 소홀한 관리는 공사로 인해 성북구의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렇게 관리되는 시범구간은 주민들이나 상인들에게도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현재 철거로 인하여 찾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아름답지 못한 미관과 악취로 삼선시장은 이미 제 기능을 잃고 있었다. 이처럼 당장 가족들의 생계조차 위협받고 있는데 성북천 복원은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에겐 성북천 복원보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철련 삼선상가 철대 위는 안정된 주거권과 생활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분명히 했다. 이들의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는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개발정책이 빚어낸 또 다른 작품이다. 근본적인 철거민대책과 더불어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발과정에서 적용되는 관련법의 개정도 꼭 필요하다고 전철협 중앙회 이 지도위원은 말했다. 박정환 판교기획실장도 “현재 정부나 사업시행처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이나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도 주거권을 보호하고 있어 강제철거를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의 개발정책이라는 미명아래 주거권은 고사하고 강제적인 철거로 인해 발생되는 폭력과 주민들의 부상,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국민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정부가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습성을 타파하지 못하고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과 관련법 개정으로 더 이상의 피해자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 모두가 편안한 주거생활을 누려야 할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철현, 최하나,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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