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문제된 책 ‘맞아 죽을 각오로 쓴 백년만의 친일선언’배경

편집부

news25@sisatoday.co.kr | 2006-02-18 10:12:20

조영남1

‘잘사는 게 복수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도 이제 살만큼 산다.

‘한판붙자!’ 이런 의미로 100년만에

처음으로 감히 친일 선언하는 돈키호테가 되어 본 것이다.

조영남이 2005초에 ‘맞아 죽을 각오로 쓴 백년만의 친일선언’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을 낸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2002년 부터 일본을 눈여겨 보기 시작하다가 불과 1년 후에 일본에 대해 화들짝 놀라게 된다.

2005년을 코앞에 놓고 보니까 어라! 내년이 일본에 강점 당한지 딱 100년이 되는 해였고 일본에 해방된 지 딱 60년 되는 해였고 믿거나 말거나 한국과 일본이 다시 원상태로 친하게 지내자 해서 수교를 맺은게 딱 40년째 되는 해였다. 거기다 불초소생 조영남이가 덧없고 파란만장하게 이 풍진 세상을 살아온 지 딱 60년 되는 해로 굳어지는 것이었다.

사람은 숫자를 세면서 사는 유일한 동물이다. 이 기이한 숫자. 100년 60년 40년 그리고 또 60년으로 빈틈없이 맞아 떨어지는 숫자에 놀라면서 그 숱한 숫자를 양국에서 동일하게 죽여왔건만 아직도 쌍방이 짜그럭 짜그럭 대고 있다는 사실에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아직도 한국과 일본이 죽일놈 살릴놈 하면서 으르렁대는 모양새에 맥이 탁 풀렸다는 얘기다.

그래서 아이구! 안되겠구나! 나같이 정치 경제 역사에 무관한 사람이라도 나서서 ‘일본하고 친하게 지내자’ ‘일본을 좀 배우고 우리 것을 좀 배우게 하자’ 뭐 그런 의미로 무려 100년만에 처음으로 ‘친일을 선언한다’는 것을 글로 써서 발표했는데 웬걸 나의 갸륵한 뜻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많은 사람 특히 네티즌들이 ‘뭐라고? 일개 가수 나부랭이가, 히트곡 한 곡도 없는 늙다리 가수가 대놓고 친일파를 자청하겠다고?’ 하면서 돌멩이, 뭉둥이, 벽돌들을 사정없이 내 머리통을 향해 날리는 것이었다. 나는 한손으로 코피 터진 내 콧등(내 코는 매우 낮다)을 부여잡고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발 제 책을 읽어 보시고 저한테 돌을 던지십시오! 이런 구차한 사정을 토로해 봤지만 아무 소용없이 나는 맞아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가게 되었다. 조영남이가 그런 소리를 해도 맞아죽지 않는 걸 봐서 그런지 조영남 폭풍이 미쳐 지나가기도 전에 뭔 대학 교수인가 하는 사람과 뭔 국방 연구원이라는 한승조, 지만원 같은 어르신들이 그냥 소주 마시다가 친구들끼리나 할 소리를 해대시는 바람에 나 조영남도 그 어르신들과 함께 푼수 떠는 주책바가지로 도매금에 넘어가게 되었다.

그렇다. 일본은 우리에게 엄청 못된 짓을 했다.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보상이 불충분했다. 그걸 받아내야 한다. 한 나라의 대표가 야스꾸니에 가서 절하는 건 또 다른 도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현재다. 일본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이웃이다.

우리도 이사갈 수 없고 그들도 이사갈 곳이 없다. 미국보다 훨씬 가까운 이웃이다. 드러내놓고 과거청산을 실시하는 분량만큼, 드러내 놓고 현재의 교류도 증진해야 마땅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과거도 중요하지만 현재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일본 사람과 사귀어 보거나 친구가 되어 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반일만 해대는 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는 게 내 생각이나 우리의 목표는 일본을 이기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는 절대 이기지 못한다는 게 나의 염려다.

‘잘사는 게 복수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도 이제 살만큼 산다. ‘한판붙자!’ 이런 의미로 100년만에 처음으로 감히 친일 선언하는 돈키호테가 돼 본 것이다. 진정한 문화는 그 국가가 얼마나 많은 돈키호테를 보유했느냐 그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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