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글씨 '셀프 출품' 논란‥유홍준 사의

이한별 기자

sisatoday001@daum.net | 2026-10-21 11:27:38

국회서 대국민 사과 이틀 만에 입장문…"개인 실수로 박물관 가치 무너져"
"국립중앙박물관장 15개월, 가장 큰 축복이자 영광"
업무 보고하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시사투데이 이한별 기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최근 불거진 개인 소장품 전시 및 검증 논란에 책임을 지고 관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이끈 지 약 1년 3개월 만에 직을 내려놓는 '불명예 퇴진'이다.

 유홍준 관장은 21일 출입 기자단에 낸 자료에서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유 관장은 "국민 여러분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깊은 신뢰와 우리 박물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모든 비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분명히 했다.

 유 관장은 "이번 일로 인해 실망하고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애국지사 유족분들, 그리고 박물관 직원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다시금 사과했다.

 유 관장은 "1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는 영예로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자 영광"이라고 전했다.

 그는 개인 소장품 논란이 인 '우리들의 밥상' 전시와 관련해 "박물관 연구직들이 오랜 시간 성심을 다해 준비한 전시의 의의가 퇴색되질 않길 바란다"라고도 했다.

 유 관장은 "박물관의 성장을 위해 밤낮으로 함께 일해 온 직원 여러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며 박물관이 더 도약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연계 '맛 대 맛'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올해 7월 개막한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에서 소개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라는 문구를 담은 유묵이다. 

 유묵은 생전에 남긴 글씨로,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박물관은 당초 이 유묵을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해 전시했으나 외부 제보를 거쳐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글씨로 결론 내렸다.

 이 과정에서 유 관장이 2019년 온라인 경매를 통해 5만원에 유묵을 구입하고, 전시 개막 두 달여 전에 전시품으로 추천한 사실이 밝혀져 파장을 일으켰다.

 유 관장은 지난 19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 차례 머리를 숙여 사과했으나, 문화계 안팎에서는 부적절한 처신에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 관장은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이름을 알린 미술사학자로, 2004∼2008년 문화재청(현재 국가유산청) 청장을 지낸 바 있다.

 유 관장은 뒤늦게 "미술사학자로 살아온 실수를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은 중대한 착오이자 불찰"이라고 사과했으나 끝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한별 기자 sisatoday0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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