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하사한 귀한 전통가구 '나전장',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 2025-09-25 08:01:27
왕버들 어우러진 '고창 하고리 삼태마을숲'은 천연기념물 지정
[시사투데이 = 이윤지 기자] 고종(재위 1863∼1907)이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1858~1902)에게 하사했다고 전하는 전통 가구가 국가유산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서울 중구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소장한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나전은 나무로 짠 가구 등에 전복 또는 조개껍데기를 갈고 문양을 오려 옻칠로 붙이는 전통 공예기법이다. 나무와 옻칠, 자개 등이 어우러져 영롱한 빛을 낸다.
이번에 국가민속문화유산이 된 삼층장은 19세기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 114.9㎝, 세로 54.6㎝, 높이 180.3㎝ 크기로 정면과 양쪽 측면에는 전통 회화와 공예가 결합한 산수 문양, 문자 등이 장식돼 있다.
문짝 안쪽에도 밝고 화려한 색채의 그림으로 꾸며 눈길을 끈다.
나전 삼층장은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 가문에서 대를 이어 보관해 왔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2022년 아펜젤러의 외증손녀인 다이앤 도지 크롬 씨로부터 삼층장을 기증받았다. 크롬 여사는 아펜젤러의 둘째 딸인 아이다 아펜젤러의 손녀다.
삼층장은 유물 자체로도 가치가 크다.
삼층장은 조선 후기인 1800년대 이후 왕실과 상류층에서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왕실 자녀가 분가하거나 출가할 때 준비하는 필수품으로 꼽혔다.
이 유물 역시 19세기 말 궁중과 상류층에서 사용했던 삼층장 양상을 나타낸다. 경남 통영 지역에서 제작해오던 양식과 나전 기술도 엿볼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19세기 말 대한제국 황실과 서양 선교사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로, 유사한 크기와 제작 양식을 갖춘 삼층장이 극히 희소해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오랫동안 마을을 보호해 온 전통 마을 숲인 '고창 하고리 삼태마을숲'을 천연기념물로 함께 지정했다.
고창 삼태마을숲은 성송면 하고리 삼태마을 앞 삼태천을 따라 800여m에 걸쳐 이어진다.
주민들이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성한 숲으로,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방풍림 역할을 해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왕버들 군락지로서 높이 10m, 줄기 둘레 3m가 넘는 왕버들 노거수 95주를 포함해 다양한 수종의 나무 224주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숲이 훼손되면 마을에 큰 재앙이 온다고 믿어 신성시하며 보호해왔다"며 "마을 공동체의 신앙과 정체성이 결합해 상징적 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25일 오후 2시 삼태마을 회관 앞에서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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