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눈치' 본 나토…정상회의서 '월드컵'도 금기

정인수 기자

sisatoday001@daum.net | 2026-07-09 09:27:02

- FIFA에 입김 넣어 간판 공격수 출전정지 풀고도 완패
- '발로건 구하기' 파문 속 "정상들 '대회 얘기말라' 비공식 합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한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사투데이 정인수 기자]  '트럼프 앞에서 '월드컵' 얘기는 꺼내지 않는 걸로 합시다'

 이달 7∼8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 모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 사이에 뜻밖의 '금기어'가 등장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8일 보도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사실상 '주인공'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앞에서 '월드컵'과 관련한 얘기는 꺼내지 않기로 비공식 합의가 이뤄졌다는 게 당국자들 전언이다.

 이 같은 '무언의 약속'이 나온 배경은 하필 정상회의 개막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올린 이른바 '발로건 구하기' 논란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바다 건너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안 그래도 다른 정상들에게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며 '무임승차' 공세를 펼 텐데, 괜히 그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화두는 꺼내지 말자는 취지다.

 '발로건 논란'은 미국 대표팀 간판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이 이달 2일 32강전에서 반칙으로 퇴장당해 1경기 출전정지를 받자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한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경기인 16강전에서 미국 대표팀이 전력을 유지하도록 하려고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제재를 무마했다는 게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를 인정하면서도 발로건에게 내려진 반칙 판정이 부당한 것이며 재검토만 요청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떠들썩한 논란 속에 지난 7일 16강전에 진출한 미국 대표팀은 그러나 벨기에를 상대로 1-4로 대패하면서 '트럼프 업보'라는 조롱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잡음이 가라앉기도 전에 튀르키예 앙카라에 모이게 된 나토 정상들 사이에서는 자칫 월드컵을 대화 소재로 꺼냈다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우회적으로 이러한 기류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7일 보도된 TV 인터뷰에서 벨기에 대표팀의 승리를 자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내가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레드카드를 받는 미국 간판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

 올해 나토 정상회의는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격화하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가 이어지면서 꼬일 대로 꼬인 국제 정세 속에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장소인 앙카라에 도착하자마자 특유의 일방주의 발언을 터트리며 회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그린란드는 미국에 매우 중요하지만 덴마크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야심을 다시 드러냈고, 스페인을 상대로도 "(나토의) 끔찍한 파트너"라며 대이란 전쟁을 지원하지 않았던 데 대한 뒤끝을 이어갔다.



정인수 기자 sisatoday0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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