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흘 국가애도…고속열차 추돌사고로 최소 68명 사망

정인수 기자

sisatoday001@daum.net | 2026-10-29 09:11:53

부상 100여명에 사망자 늘 수도…한국인도 2명 다쳐 병원치료
2013년 이후 유럽 최악…스페인, 9개월만에 또 후진국형 참사
철도망 부실관리에 우려 급증…내달 총선 앞 집권당에 대형악재
열차 사고 현장[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사투데이 정인수 기자] 스페인 마드리드 남부에서 28일(현지시간) 고속열차끼리 추돌해 현재까지 총 68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현장 정리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고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2013년 스페인 열차 참사 이후 유럽 철도에서 발생한 최악의 인명 사고로, 스페인 정부는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AFP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사고는 오전 9시 직전 마드리드 남부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에서 발생했다.

스페인 수도와 남부 안달루시아를 잇는 고속철로 하행선에서 국영 철도회사 렌페 AVE 기차가 민영 이리오 기차의 후미를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객차 여러 칸이 선로에서 이탈해 둑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두 기차에는 모두 540여명이 타고 있었다.

카스티야라만차 광역자치주에 따르면 집계된 사망자는 68명, 부상자는 100명을 넘는다. 부상자 중 58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중 15명은 위중한 상태다.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두 기차엔 한국인 10명도 타고 있었고 이 중 2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스페인 교통 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자동 제어 시스템의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사고 지점을 포함한 69㎞ 구간의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된 상태에서 발생했다.

문제를 일으킨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렌페 기차가 운행을 재개했고, 25㎞를 주행하다가 멈춰있던 민영 기차를 들이받았다. 당시 렌페 기차의 주행 속도는 시속 200㎞에 달했을 걸로 추정된다.

오스카르 푸엔테 교통장관은 취재진에게 렌페 기차의 운행 재개 결정은 "관제센터의 몫"이라며 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렌페도 성명에서 "렌페 기차는 지시에 따라 운행을 계속했고 충돌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사고 현장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오늘 스페인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며 29일부터 사흘 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산체스 총리는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를 약속하며 올해 들어서만 두 건의 대형 열차 참사가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안달루시아주 코르도바도 아다무스 인근에서도 두 대의 고속열차가 충돌해 46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 다쳤다.

스페인의 고속철도망은 총연장 3천900㎞를 넘는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종종 대형 인명 피해를 낳는 참사가 발생해 스페인 철도 안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3년에도 북서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인근에서 고속열차 사고가 나 80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

사망자 규모로만 놓고 보면 이날 사고는 그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기차 사고 중 최악의 참사다.

   
다음 달 29일 조기 총선을 앞둔 산체스 총리에게는 대형 악재다.

산체스 총리가 속한 사회노동당(PSOE)은 현재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보수 성향의 국민당(PP)에 밀리고 있어 총리직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다. 극우 정당 복스(Vox)의 지지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복스를 제외한 스페인 주요 정당은 국가 애도 기간을 맞아 선거 운동을 중단했으나 야권은 철도 등 국가 기반 시설 관리 문제를 고리로 사회당 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집권을 노리는 국민당은 엑스(X) 계정에 "이제 그만"이라는 메시지를 게시했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는 "스페인 국민은 자국의 인프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정부의 설명과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는 산체스 정부를 "범죄 조직"이라고 맹비난한 뒤 "우리는 공공 인프라와 서비스의 노후화를 고발하는 우리의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수 기자 sisatoday0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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