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 넘어 성공한 탈북민, 상생·봉사의 가치 확산 선도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 2026-10-02 08:42:22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3만 4600명, 올해 6월까지 입국한 탈북민 숫자다. 탈북민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0.06%에 불과하지만 ‘먼저 온 통일’이자 ‘새로운 이산가족’으로서 분단 체제의 숙제를 몸소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험난한 도전의 연속이었던 인생행로를 뚜벅뚜벅 걸어 오늘날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가는 이가 있으니 ‘경북탈북민연합회 윤광남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윤 회장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숱한 사람들이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얼어 죽어도’ 관심 없는 북한체제에 환멸을 느꼈다. 결국 1997년, 15세 어린나이에 어머니와 여동생의 손을 잡고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며 북한에서 탈출했다. 이후 13년 동안 중국에 체류하면서 한국행을 시도했지만, 그 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2010년 2월 꿈에 그리던 한국 땅을 밟았다.
윤 회장은 하나원에서 적응교육을 마치고, 경상북도 경산에 정착하며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그러나 혈연(血緣)·학연(學緣)·지연(地緣), 이른바 ‘3연(가족·모교·고향)’으로 얽힌 지역사회에서 이방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마땅히 내세울만한 기술도 없어 건설 일용직, 식당, 농장 근로자, 고속도로 과적단속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보험회사 면접을 보게 된 그는 “면접관이 ‘북한에서 왔는데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 탈북자는 안 받는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독기를 품고 2015년부터 보험설계사로 전국을 누비며 고객들의 신뢰를 쌓았고, 3년 만에 ‘보험 왕’ 자리에 올랐다”고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돈 만원의 보험이라도 가입하겠다는 고객이 있으면 서울까지 오르내리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일 년에 6만 km 이상을 운전해 고객들을 만났다. 불과 2년 만에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오르는 그의 근면·성실함과 강직함을 알아보고 첫 번째 고객이 소개시켜 준 여동생과 오늘날 다복한 가정도 꾸렸다.
현재 그는 보험 설계사로서 뿐만 아니라 요식업에 몸담으며 순풍의 돛을 달고 순항 중이다. 경산시 사동에 위치한 ‘라쿵푸 마라탕’은 넓은 실내와 쾌적한 인테리어, 신선한 재료, 친절을 최우선하며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면서 어려웠던 지난날을 잊지 않고, 소외된 이웃들을 가족처럼 살피며, 진정어린 나눔에도 정성을 쏟아왔다. 윤 회장은 2013년 1월 북한이탈주민 봉사단체 ‘우리 새싹회’를 출범하고, 30여 명의 회원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자원봉사를 펼쳐왔으며, 탈북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실제 윤 회장은 10여 년 전 거처조차 구하지 못한 탈북민 청년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숙식을 제공하며, 물심양면으로 보살폈다. 성실하게 일하며 돈을 모은 청년은 30대 초반,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고, 어엿한 자기 사업까지 준비 중이다.
또한 장애인 복지관, 노인 복지관 등을 찾아 배식봉사를 하고, 경북 지역 산불 피해 및 경남 수해 당시 회원들과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전달하며, 현장 복구 봉사까지 그야말로 끝이 없다.
그 결과 윤 회장은 탈북민의 화합을 위한 노력과 그들의 조기 정착을 이끈 공로를 높이 인정받아 ‘2020년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에 이어 ‘2024년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올해 나눔의 손길을 경북지역 전역으로 넓히고자 ‘경북탈북민연합회’를 발족한 그는 우리 새싹회부터 연합회장까지 14년째 수장을 맡아 솔선수범해왔다. 이와 함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2021년부터 순수 탈북민들이 창당하고 운영하는 ‘남북통일당’의 경북도당위원장까지 그야말로 ‘일당백’에 ‘종횡무진’이다.
윤광남 회장은 “내가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봉사와 나눔이 내 삶을 더욱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수혜자’가 아닌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보듬는 ‘기여자’로 묵묵히 동행할 것”을 다짐했다.
이어 “자유와 존엄을 찾아 험난한 여정을 거쳐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탈북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탈북민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탈북민연합회 윤광남 회장은 경산·경북지역의 탈북민 소통·화합과 국내 정착·지원에 헌신하고, 사회봉사 활성화로 취약계층 복리증진을 이끌면서, 도전의식 전파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6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이윤지 기자 journalist-l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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