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유대인 여성 레지스탕스의 세계​는 어땠을까. 게토의 저항자들'(책과함께)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인 저자 주디 버탤리언이 그간 탐구되지 않은 이들의 투쟁사를 세상에 알리고자 펴낸 책이다.

 2007년 영국 국립도서관에서 우연히 1946년 출간된 이디시어 책 '게토의 여자들'을 발견한 후 10여 년에 걸친 연구와 취재, 당사자들의 회고록, 수백 개의 증언을 바탕으로 책을 완성했다. 당시 연락책으로 활약한 ‘레니아 쿠키엘카’를 중심으로 폴란드 유대인 여성들이 나치에 맞서 싸우게 되는 계기부터 처절한 투쟁과정, 그리고 종전 후의 삶까지 전한다.

 버탤리언이 전하는 유대인 여성 레지스탕스의 세계는 변화무쌍하다. 그들은 게토의 어두컴컴한 벙커에 숨어 나치에 맞서기 위한 수단들을 모색했다. 무장투쟁부터 지하소식지 발간과 저항계획 수립, 협상, 위장, 거짓말, 은신, 보호, 급식소 운영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활약했다.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연락책(카샤리옷)’이다. 유대인 여성들은 남성들이 갖추지 못한 위장 능력, 즉 할례를 받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어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가 용이했다. 그들은 아리아인으로 위장한 채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으며 저항조직들을 연결하고, 빛이 사라진 밤 숲을 헤매며 밀수업자를 만나 무기를 들여오기도 했다.

 생존자들의 삶은 그들의 고통과 전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존한 레지스탕스 투사들은 종전 후 외부 세계가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에 주목하기는커녕 침묵하거나 자신을 각자의 입장에 맞게 이용한다는 사실에 좌절했고 폴란드에서도 여전히 반유대주의가 만연했기에 유대인들이 다시 정착하기 위해선 생명의 위협과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