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2009년부터 운영하는 ‘현장실습교육(WPL)’이 청년창업농과 귀농인의 성공적 영농정착 등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선도농업인이 보유한 전문기술과 노하우 등을 후발농업인에게 전수하는 실습·맞춤형 교육이란 점에서다. 그만큼 농림부는 ‘현장실습교육장’을 엄선, 지정해왔다. 

 그 일환으로 전남 영암에 위치한 ‘동인농장’ 배상록 대표가 2015년 ‘WPL 배 지역품목실습장 및 현장실습교수’로 지정되며 그간의 노하우를 학생(농고·농대생), 예비 청장년농업인, 귀농·귀촌인 등에게 매년 1천 시간씩 교육·전파하고 있다. 자신도 교육을 통해 초석을 쌓았던 만큼 열정이 남다르며, 현장교육 중심으로 가르쳐 호평을 받고 있다.

 오늘날 ‘배 박사’로 명성이 자자한 그의 본래 꿈은 ‘영암군을 대한민국 양돈 1번지’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에 1983년 양돈업에 뛰어들었고, 1990년 각 도에서 2명씩만 선발하는 낙농양돈분야 해외연수 1기로 참여하며, 덴마크와 네덜란드 등 유럽의 선진 양돈농가에서 식견을 넓혔다.

 귀국 후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2만4천 평의 부지에 ‘무(無)창 돈사(창이 없는 밀폐설비, 온도·습도·환기 인공제어식)’를 신축하고, 영국에서 돼지 120두를 수입하며, 양질의 종돈을 양돈농가에 공급하려했지만 순탄했던 삶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지역 내 갈등으로 크나큰 시련과 고초를 겪으며 1997년 양돈업의 꿈도 접었다.

 청천벽력과 같은 악재 속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열어 준 것은 다름 아닌 ‘배 농사’였다. 그는 ‘기본에 충실하고, 영농기술을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함’의 신념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배 재배 방법부터 농산물 마케팅까지 체계적·과학적인 농업기술교육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토양이 건강해야 작물도 건강하다’는 진리를 체득한 그는 미생물 농법에 정성을 쏟았다. 각종 효소와 유산균, 키토산, 해산물, 동·식물성 자재로 만든 유기질 비료로 동인농장의 명품 배는 과즙이 풍부하고, 당도가 월등하며, 아삭한 식감까지 그야말로 일품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결국 동인농장의 명품 배는 2004년 신세계 백화점에 ‘5스타’로 등극하며 날개를 달았다. ‘5스타’는 신세계 백화점이 국내 유명 산지와 직접 협력해 최상급의 상품을 엄선해 만든 프리미엄 선물세트 브랜드다. 이를 계기로 굴지의 청과상들이 앞 다퉈 그를 찾았고, 영암 배를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특히 배 대표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던 중국산 배 꽃가루의 국산화를 위해 직접 과수인공꽃가루단지를 조성하고, 농가에 자체 보급하며, 안정적인 착과를 유도해왔다. 또한 왕겨를 이용한 암거배수시설 다이몬드형 수형 등을 개발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면서 과수원에 스마트 팜 시스템 선진화(온도, 습도, 풍량, 토양의 수분 등)로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며 배를 재배한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그는 ‘어떻게 하면 최고의 배를 만들 수 있을까?’ 골몰하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그 결과 ▲2013년 전문농업경영인(농업마이스터) 선정 ▲2015년 배 지역품목 실습장(WPL) 및 현장교수 지정 ▲2022년 첨단기술공동실습장 ▲2002년 신지식농업인장 수상까지 농업 분야 최고의 장인(匠人)으로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영암군배꽃연구회장, 영암군친환경배사업단장, 왕인배영농조합법인 대표, (사)농업마이스터협회 감사·부회장, (사)한국농업교수연합회 부회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리포터 등을 맡아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배상록 대표는 “농작물 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농작물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받을 수 있지만, 열과(裂果) 및 일소 피해는 생리장해로 분류돼 보상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열과 및 일소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해주는 등 농작물 재해보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만 잘사는 농업은 희망이 없다”며 “후배들에게 농업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며, 든든한 길라잡이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한편, 동인농장 배상록 대표는 고품질 배 생산과 농업 경쟁력 향상에 헌신하고, 배 재배기술의 전수 및 농가 소득증대를 도모하면서, ‘영암배’의 브랜드 가치 제고와 소비자 만족도 강화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4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