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김애영 기자]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백신을 여남 모두에 접종했을 때의 질병 부담 감소 효과 및 비용효과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국내 최초로 발표됐다.

 이화여대 약학대학 손경복 교수 연구팀은 대한부인종양학회가 지난 1일 개최한 온라인 제35차 춘계학술대회에서 ‘4가 HPV 백신 여남접종에 대한 국내의 비용효과성 및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 평가’를 온라인 포스터로 발표했다.

 이 연구는 ‘HPV 백신 여남접종’의 국내 공중보건적 가치와 사회경제적 가치를 분석했다. 만 12세 여남을 대상으로 4가 HPV 백신을 접종했을 때의 비용효과성과 여남 대상 HPV 백신 접종이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연구의 주요 목표였다.

 연구 대상은 동적 모델을 사용해 ▲HPV 백신을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접종한 경우(여남접종군) ▲접종하지 않은 경우(미접종군) ▲만 12세 여아만 대상으로 HPV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는 현행 국가예방접종백신(NIP) 사업 참여군(여아단독접종군)으로 설정됐다. 각 접종군의 비용효과성과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영향은 100년으로 가정된 분석 기간을 거쳐 비교 평가됐다.

 연구 결과, 4가 HPV 백신을 여남 모두에게 접종했을 때 미접종군 대비 HPV 감염 관련 암 발생률이 30% 감소됐다. 특히 HPV 감염 관련해 제일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인 생식기 사마귀는 여성과 남성에서 각 72%, 69%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남접종군에서 HPV 백신 접종의 비용효과성이 우수했다. 연구팀이 확인한 HPV 백신 여남접종 대안의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는 435만~2994만원이었다.

 ◇비용효과 입증한 국내 첫 경제성 평가 연구

 이번 연구를 통해 4가 HPV 백신을 여남 모두에 접종하는 게 접종하지 않거나 현행 여아만 무료접종하는 NIP 방식보다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남아로 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남성에서의 질병 예방 효과를 비롯해 집단 면역에 의한 여성의 예방 효과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대한부인종양학회 회장 김승철 교수(이대목동병원 여성암병원)는 “전 세계적으로 ‘여남 HPV 백신 접종’이 여성 대상 자궁경부암 검진과 함께 중요한 행동지침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HPV 백신 여남접종 비용효과성 및 공중보건 영향을 평가한 첫 경제성평가 연구가 발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별에 상관없이 심각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HPV는 여남 모두 백신을 통한 예방이 최선의 방법인 만큼,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계기로 여남 HPV 백신 접종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HPV 질환 퇴치 목표로 여남 모두…국내는 언제?

 해외에선 이미 HPV 백신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성별 구분 없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HPV 백신을 NIP에 도입한 113개국 중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선진국을 포함한 40개국은 여아는 물론, 남아까지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또 OECD 36개국 중 절반인 18개국이 HPV 백신 NIP에 남아를 포함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암협회(ACS), 미국국립암연구소(NCI) 지정 암센터는 HPV와 관련된 암을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서 퇴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20년까지 13~15세 여남 청소년 HPV 예방 접종률을 80% 이상으로 증진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아에 대한 HPV 백신 접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녀를 둔 학부모나 대중들 사이에서 HPV 백신을 여아뿐 아니라 남아도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이 빈번하게 거론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