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김애영 기자] 소설 '호박색 밤'은 프랑스 소설가 실비 제르맹의 데뷔작 '밤의 책' 출간 후 2년 만에 발표된 책이다.

 '밤의 책'이 1870년 보불전쟁부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을 관통하며 인간의 끝없는 광기와 잔인함과 그 속에서 끊임없이 명멸하는 페니엘가의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면, '호박색 밤'은 프랑스 북동부의 가상의 공간 ‘검은 땅’을 떠나 알제리와 파리 등으로 공간을 옮겨가며 전쟁이 지나간 후의 이야기, 알제리전쟁부터 프랑스 68혁명을 아우르며 망각 속 역사를 복원해내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창조적인 서사 전개와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현대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실비 제르맹은 '호박색 밤' 이후 출간한 세번째 장편소설 '분노의 날들'로 1989년 페미나상을, 2016년 프랑스 문화재단에서 수여하는 치노 델 두카 국제상을 수상했다.

 무력한 개인이 엄혹한 세계와 화해해가는 과정을 몽환적인 상상력과 치밀한 필치로 그려낸 실비 제르맹의 작품들은 ‘새로운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창실 옮김, 560쪽, 문학동네, 1만6800원.